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얼음장에 놓여 있다. 서울 아파트 값 주간상승률이 계속 0.01%를 유지하며 적막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그런 것은 아니다.
5개의 광역시 평균은 2.9억, 지방은 2.2억인 정도인데,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값은 아직 서울보다는 저렴한 축에 속한다. 9월 수도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5.5억 선인 것에 비하면 말이다. 하지만 상승세가 주춤할 겨를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방에서 늘어난 투자수요는 집값 상승률을 위로 밀어붙이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전세가율을 참고하면 이를 알 수 있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율은 57.5%이지만 현재 5개 광역시의 전세가율은 72.1%에 달한다. 이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3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갭이 작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갭이 작을수록, 즉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투자하기가 좋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는데, 이는 전세를 끼고 투자했을 때 실제 투자금액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 갭투자라고 한다. 지방은 현재 갭투자의 장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개월동안 갭투자 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280만원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가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양주 진건읍 세아아파트’는 58m^2 매매가 1억 5280만원에 거래된 후에 1억 5천만원에 전세가 체결되었다. 정부가 갭투자자의 전세자금대출을 금지했음에도 전세가율이 높아 충분히 갭투자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280만원으로 건실한 주택 하나를 늘릴 수 있는 요즘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게 분명하다. 수도권에 강도 높은 규제를 늘려가고 있음에도 반작용처럼 전세가율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띠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서울과 지방의 유동성은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동안 서울 부동산에 머물렀던 시중 유동성이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서울은 7.10대책으로 인한 규제 강화로 인해 매수세가 둔화했고, 이에 반대로 그 유동성이 지방으로 흘러갔다는 의미이다.
6.17 대책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함께 대출, 세금 등의 규제를 확대하고,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자격에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 등을 추가시켜 재건축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비규제지역이나 상대적 집값 상승폭이 작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매입해놓자는 심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한 부동산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제 대책을 발표할 때 오히려 해당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했을 때,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분양권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기존 분양권의 상한가를 갱신하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집주인의 입장을 불리하게 하는 임대차 3법의 실행은 심각한 전세난의 시발점이 되었다. 3기신도시 청약 등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해 이에 앞서 전세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실거주 압박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전세로 거주하던 임차인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소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요가 보다 증가한 와중에 매물은 씨가 말라 전세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서울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현재 울산, 부산, 강원 등 지방의 전세값이 7년 6개월만에 최대치로 상승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갭투자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수도권을 위주로 시행되면서, 갭투자자들은 규제가 적은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또한 지방은 소자본으로 아파트를 매수하기 쉽다는 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7.10대책에서 법인이 주택 매입 시 취득세를 최고세율인 12%를 적용시킬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뿐만 아니라 보유세 부과시에도 2021년부터 과세표준 기본공제(6억원) 수혜가 불가능해지고,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기 때문에 종부세 부담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법인 갭투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차츰 감소세를 띠고, 오히려 내년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 1일) 이전에 법인 소유의 매물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되기도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이 인천과 경기 등의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러한 전세가 폭등은 매매가를 끌어올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을 위주로 시행되는 부동산 정책들이지만, 올해 지방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폭이 수도권을 압도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는 것도 다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5월 3.3만호의 미분양 주택들은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2.8만호로 매우 감소하였다. 단순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넘어서 전국 미분양 주택이 5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또한 4.2%나 감소하면서, 정신없이 발표된 부동산 정책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30대의 패닉바잉’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예측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백석아이파트2차’의 전용84m^2의 경우, 6월 4.6억에 거래되던 매물이 7월 4.95억에 거래되면서 한 달만에 3500만원이 올랐다. 지방의 아파트 시장까지 요동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아까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그렸던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일까?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