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12일, ‘친환경 에코랜드(자체 매립지) 및 자원순환센터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쓰레기는 1992년 개장한 인천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서 함께 처리하고 있는데, 이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이면 가득 찰 예정이다. 때문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고, 독자적인 대체 매립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인천일보)
먼저 2024년까지 옹진군 영흥면에 소각재만 묻는 자체 매립지 ‘인천 에코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수도권 매립지와 같이 쓰레기를 지상에 직매립하는 것이 아니라, 30~40m 깊이의 지하에, 소각과 재활용을 거치고 남은 최후의 소량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을 매립하는 친환경 시설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부는 밀폐형 시설이 설치돼 주변 지역과 분리되며, 89만4925㎡ 부지에 14만8500㎡ 면적으로 조성되어 1,4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군·구별 폐기물 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국비 확보와 소각 시설 운영비 절감을 위해, 2~3개의 군·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권역별 소각시설 4곳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설 소각시설은 중구·미추홀구와 남동구·동구, 부평·계양, 강화군 자원순환센터로, 중구 남항 환경사업소 부지, 남동구 음식물류폐기물 사료화시설 부지, 강화군 생활폐기물 적환장에 조성될 예정이다. 부평구·계양구 권역 자원순환센터 위치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시설이 기본적으로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지역 곳곳에서 결사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주민 협의 과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자체 매립지인 에코랜드가 조성될 옹진군 영흥면이다. 영흥면에는 지난 2004년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섰는데, 미세먼지, 온배수, 석탄재 비산먼지 등의 배출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은 위협받았고, 경제적·환경적 피해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영흥면에 또 다른 혐오시설인 인천시 자체매립지가 조성된다면, 소음과 분진, 악취 등 심각한 환경 피해와 주민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이다. 환경 피해, 혐오 시설 낙인 등으로 발생한 주민 갈등은 더 심화되고, 환경 파괴는 물론 주거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천 쓰레기 배출량 중 옹진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데, 옹진군에서 인천 전체의 쓰레기를 감당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도 이야기했다. 이와 더불어 대체 매립지 조성의 핵심은 지역 주민들의 수용 여부인데, 영흥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결사 반대하고 있다며,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옹진군 영흥면 주민들은 시청 앞 광장에 운집해 자체 매립지 선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등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며 인천시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옹진군수 역시 인천시가 매립지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단식농성을 통해 영흥면 주민들의 슬픔과 분노의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사진 출처: 뉴시스)
뿐만 아니라, 소각장 신설 후보지로 선정된 기초단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인천광역시청)
미추홀구는 인천시가 중구 자원순환센터 추진 계획을 발표한 당일 성명을 내고, 미추홀구·중구와 재협의해 후보지 위치를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중구 남항 환경사업소 부지는 주소만 중구일뿐 실제로는 미추홀구 주민 주거지역에 인접한 미추홀 주민 생활권이며, 신설 소각장 예정지와 용현금호타운 아파트와는 1km, 신설 학교부지와는 600m, 신설 공동주택부지와는 800m에 불과한 거리라는 것이다. 또한 사업 결정 과정에서 미추홀구와는 어떠한 의견 교환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인천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인천광역시청)
남동구 주민들 또한 구청 민원게시판에 100개가 넘는 게시글을 올리며, 소통 없는 행정을 비판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연수구청장 역시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발표된 이번 기본 계획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는데, 최근 송도 악취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발생 건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또다시 인근 중구소각장과 남동구소각장에서 발생할 악취로 구민들이 고통받을 것이며, 이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향후 군·구별 의견을 수렴하여 최대한 수용하기로 했으나, 대다수의 1순위 예비후보지 위치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조속히 처리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실제로 인천 에코랜드와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는 전폭적인 지원책이 시행된다. 먼저 자체 매립지가 조성되는 영흥면과 관련해서는 종합적인 개발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공원·체육시설 등 100억원이 투입되는 주민편익시설이 설치되며, 잔여부지와 주변지역도 개발될 예정이다. 또한 해마다 58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이 지원되며, 매립시설 운영 과정에서 지역민을 우선 채용하고, 원할 경우 매립장 운영권을 위탁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원순환센터가 입지할 지역에도 인센티브를 지원할 방침이다. 주민숙원사업에는 총 521억원이 투입되고, 특별조정교부금도 지역별로 연간 20억원씩 3년간 지원된다. 또한 자원순환센터 역시 군·구에서 원할 경우에는 운영권을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 자원 순환 정책을 선도하는 환경특별시 및 미래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인천시지만, 쓰레기 독립을 향한 첫 발걸음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인천 주민들의 반대와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내 집 앞에 혐오시설이 생기는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천 시민들을 위해 어딘가에는 반드시 지어야 하는 시설이고, 따라서 인천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요구 사항에 귀기울여 하루 빨리 현명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 또한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 보다는, 주민들과 정부 모두 수용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