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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Oct 19. 2020

태릉 골프장 1만 가구 개발,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8월 4일, 정부는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노원구 태릉골프장(CC) 부지에 1만 가구의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지자체 및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이후 9월 8일 공개된 사전청약 지역에서 제외되었다. 정부는 교통 대책을 먼저 수립한 후 나머지 구체적인 청약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발이 거세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구리 갈매역세권과 통합개발 추진

이 가운데 정부는 태릉골프장 부지와, 인접한 구리 갈매역세권 공공주택 부지의 통합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리 갈매역세권 부지는 국토교통부가 2018년 7월 공공주택 지구로 지정한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일원으로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골프장 부지와 맞닿아 있다. 79만㎡ (약 24만평) 규모 부지에 2023년까지 약 6,400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지를 비롯해 학교, 상업시설, 공원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예정되어 있다. 태릉골프장 부지의 규모는 약 83㎡로 구리 갈매역세권 부지보다는 조금 넓지만, 주택공급 예정 물량은 1만 가구로 30% 이상 많다. 두 지역의 예상 주택 공급량을 합산하면 약 1만 6000여 가구로, 사업이 현실화된다면 3기 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의 주거지가 탄생할 전망이다.

 

구리 갈매역세권 일대는 통합 개발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구리 갈매역세권은 지구 자체가 작고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릉골프장과 통합 개발을 진행한다면 규모 확대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인프라 확충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원구청과 구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노원구의 반대

노원구는 처음부터 태릉골프장 부지 공급대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1.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태릉

태릉과 강릉을 비롯한 국내 18개 지역의 조선왕릉 40기는 2009년 스페인 세비야 총회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중에서도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인 태릉은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조선왕릉 8기 중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를 조성할 경우, 초고밀 개발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경관훼손이 불가피하다. 태릉 골프장이 개발되면 바로 옆에 있는 태릉과 강릉 등 세계유산의 훼손 가능성이 높다. 

태릉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는 유네스코 본사에 태릉 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적극적인 반대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시민단체는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풍수사상에 입각해서 조성되었다는 점임을 밝히며, 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정조건인 태릉 일대 복원을 위해 5천억원을 들여 태릉 선수촌을 옮기기까지 했는데 이 곳을 개발하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을 물거품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단체는 서한을 통해 문화경관 훼손 및 태릉과 강릉의 연지 복원 불가, 세계유산 보존과 관리 협약 불이행 등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골프장 내 연지 복원 및 태릉/강릉 권역 회복 등이 조건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문을 보면, 경관 보존과 시야 확보를 위해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이 들어서서는 안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에 등재 박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2. 태릉 골프장은 그린벨트 훼손지?

또한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는 훼손지라는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시민단체는 태릉골프장이 환경생태조사 결과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태릉 골프장 전체 면적 중 25.5%가 비오톱 1등급 지역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비오톱 1등급지에서는 개발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또한 현장 조사 결과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태릉 골프장이 역사문화적 가치와 공원 녹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중요한 자연녹지 공간으로 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어왔던 강남권 등의 부지는 보존하기로 결정한 반면, 강북의 그린벨트는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체 부지의 약 87%가 그린벨트 종합 환경평가 3등급 이하 부지이기 때문에 택지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3. 실효성 있는 교통 대책 수립의 필요성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환경 파괴 뿐 아니라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노원구는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으로 이미 인구 밀집도가 높다. 노원구의 1ha(1만㎡) 당 인구는 381명으로, 강남구(220명), 서초구(230명) 등과 비교했을 때 인구 밀도가 높다. 여기에 추가로 1만 가구가 들어선다면 인근에 조성된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등과 비교했을 때도 두 배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선 주차난과 교통 체증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인근 별내/다산신도시, 갈매지구 등의 영향으로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의 교통 체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1만 가구의 추가 공급은 교통난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상봉~마석 구간 경춘선 추가 투입과 화랑로와 북부간선도로 확장, 인근 지하철역과 연계한 간선급행버스(BRT) 신설 등을 교통대책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부가 제시한 안으로는 교통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할 자치구인 노원구는 태릉골프장 택지개발과 관련해 주변 교통성 검토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노원구 또한 개발에 반대하지만,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구 차원의 교통 대책을 수립해 정부에 직접 개선책을 요구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다만 주민들이 고밀도 개발은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용역결과에 따라 지자체에서 교통 대책을 수립하더라도 정부, 지자체, 그리고 주민 간 조율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정부가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한 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물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자체의 반대가 심한 태릉골프장을 비롯한 과천정부청사 등에서도 내년 사전청약을 계획대로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태릉골프장과 관련해서는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 구역은 공원 등으로 보존할 계획이며, 저층 배치를 통해 아파트로 인한 경관 훼손이 없게끔 할 것이고, 또한 문화재 친화형 단지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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