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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나 Jul 19. 2019

애는 누가 키웁니까?

워킹맘의 이직

"아이가 있는데 출장 다니거나 하는 데는 아무 문제없나요? 육아는 어떻게 하시죠?"

"네, 친정어머니께서 함께 거주하며 육아를 해 주셔서 출장이나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한 기업의 경력직 최종 면접에서 임원이 한 질문과 나의 답변이다. 1차 면접에서 나의 팀장이 될 분이 이미 했던 질문이고, 나는 그때와 똑같은 답변을 했다. 마치 준비된 대사를 읊는 듯했다.


최종 합격 한 회사의 면접 전에도 두 곳의 회사에서 면접을 봤었다. 사업영역이 완전히 다른 회사였고 면접관의 성향도 각자 달랐지만, 참 재미있게도 모든 회사의 면접에서 마지막 질문은 항상 같은 내용이었다. 아이는 어떻게 양육하고 있는지, 육아로 인하여 회사 생활에 지장은 없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면접관에 따라서 "집이 먼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거나 하는 일정에는 어려움이 없나요?"라고 마치 나의 사정을 걱정해 주는 것처럼 완곡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질문의 요지는 모두 동일한 것이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는 나의 답변은 항상 똑같았고 그 답변을 들은 면접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임신기간 중에 직장생활과 야간대학원을 병행했다. 제왕절개로 출산 후 3주 만에 조리원을 나오자마자 대학원 수업에 출결 했고 휴학도 하지 않았다. 신생아를 돌보면서도 주 3회의 대학원 출석, 졸업요건에 필요한 단기 해외연수도 빠짐없이 완료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내용은 나의 이력서 및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들은 내게 다시 한번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했으며 나 역시 그런 질문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육아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과연 면접관들은 나를 선발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육아휴직 기간 동안 대학원을 다닐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모 대기업의 임원이 함께 한 워크숍 자리에 한 직원이 임원에게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어주면 좋겠수습니다."라고 건의했을 때,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고 회자되기도 한다.


자네는 장모님이 안 계신가?




아이를 낳게 되면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도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부합하여 가까스로 직장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그런 와중에서 본인의 커리어 개발을 위하여 이직을 시도하는 것은 정말이지 큰 용기가 필요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인사팀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채용과 면접 관련 과정에도 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경력 5년 이상 대리급의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하게 됐는데, 면접 대상자들이 주로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인사팀장은 1차 면접 전에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살펴보면서 이야기했다.


"결혼여부나 자녀에 대해서 면접에서 물어봐도 될까?"


2019년 7월 17일부터 실시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블라인드 채용 법)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금지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에서 이력서, 또는 면접을 통해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 없는 혼인 여부나 가족관계 등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했었고 이것은 보통 남성보다 여성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블라인드 채용 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면접 과정에서 질문하는 것까지 문제 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과면 면접에서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에 대한 질문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을까? 후보자는 이미 타 기업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지속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결혼이나 육아로 인해 회사 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면 이미 회사를 그만두었거나, 이직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그 후보자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됐든 지금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에 영향을 미칠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이런 질문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차별적이고 부조리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워킹맘은 분명 회사에서 선호하는 조건은 아니다. 때문에 사회에서 번듯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며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워킹맘들은 어떻게든 이런 사회의 인식과 현실적으로 닥치는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워킹맘으로 두 번의 이직을 성공했고 그 과정 속에서 경험한 나의 고민, 이직의 노하우, 현실적인 장벽 등을 가감 없이 표현해보고자 한다. 덧붙여서 대기업, 스타트업, 외국계기업 등 다양한 기업의 인사 및 교육 담당자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험과 업무지식을 바탕으로 워킹맘의 커리어 개발과 이직에 도움이 되는 팁이나 실질적인 사례 등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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