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 할머니가 되겠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때가 되면 지금 어울리는 친구들 중 얼마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있을까. 벌써 손가락 관절이며 손목이며 무릎이며 삐그덕 거리는데, 그때 나는 어디 아픈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엄마도 아빠도 모두 멀리 보내드리고… 그때 내 삶의 낙은 무엇일까.
그때도 지금처럼 돈이 없을까. 그때는 누구랑 자주 시간을 보낼까. 갑자기 겁이 덜컥 난다. 역시나… 준비해야 한느 것이다. 10년 뒤 마흔여덟, 20년 뒤 쉰여덟, 30년 뒤 예순여덟, 40년 뒤 일흔여덟 … 적어도 일흔여덟까지는 살아있을까.
할머니들을 편애한다는 권이은정 샘 말씀을 잊을 수 없다. 할머니들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옥수수도. 할머니들을 쫓아 지혜를 구하는 이파람이며 수수 같은 친구들. 수수는 심지어 입을 삐죽거리며 할머니들을 질투했다.
장터에서였다. 할머니들이 가져온 민들레김치, 두릅장아찌 하는 것들을 보며 “우리 망했어. 이것만 팔리게 생겼어. 짜증 나.”하고는 저도 신이 나서 할머니들이 내놓은 것들을 사들였다.
나는 할머니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혹여 자상한 할머니라 해도 부담스럽다. 말이 통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굳이 그 이상 다가가고 싶지 않다. 그런 내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장혜영 감독의 노래처럼 죽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듯, 하지만 어릴 때 성질이 고스란히 남아있듯, 여전히 이 모습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있을까. 할머니가 되어가는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라기는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어도 느리더라도 조심스럽게 오늘의 분량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면 좋겠다. 적은 기운으로도 홀로 너끈히 숨을 쉬고 발 옮겨 걷는 할머니가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