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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숲 Feb 11. 2021

길목

2021.2.11.23:01~

중대한 길목 앞에 서있다. '중요한'이라고 썼다가 '중대한'이라고 바꿨다. 더 무겁고 더 굳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중대한 길목 앞에서 이전에 맞닥뜨렸던 또다른 중대한 길목들을 떠올린다. 대부분, 중대한 줄 모르고 선택한 것들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내게 있어 시작이란 건 늘 쉬웠으니까. 목이 말라 물을 마시듯 별다른 결단이나 노력 없이 그런 중대한 일을 시작하곤 했다. 그런 내가 따로 애쓰지 않았지만 자연히 알게 됐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란 걸. 왜냐면 지속해야 하니까. 지속하지 않는 무언가는 꽤 많은 에너지를 허공으로 흩어버리곤 한다고 나는 망연하게 깨달은 것 같다. 그게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건 더욱 바보 같은 짓이라 믿지만 그렇다고 신중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한정된 시간, 에너지를 잘 가다듬어 바로 거기에 쓰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내가 선 자리는 중대한 길목의 앞, 깊은 호흡, 주의 집중, 그러면서도 어깨와 귀 사이를 멀리 하기, 두 다리를 단단히 세우고, 아랫배에 힘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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