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도 바뀌었다. 디자이너들은 매번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포토샵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개발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이미지들을 아등바등 확대해가면서 Web front를 완성해 나갔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아이콘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벡터 기반인 일러스트까지 사용해야 해서 한쪽 모니터엔 일러스트, 한쪽 모니터에는 포토샵을 켜고 혹여 무거운 프로그램들을 견뎌내느라 오류가 뜰까 Ctrl+S를 버릇처럼 누르던 디자이너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고리짝 시절을 건너 스케치가 나왔을 때, 그것은 모든 디자이너의 구세주로 느껴졌다. 픽셀 기반인 포토샵은 내가 의도한 바에 비해 한없이 낮은 퀄리티로 느껴졌다. 그러나 스케치는 벡터 기반(점과 점 사이를 연결해가며 선을 만들고 그 선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형식)으로 축소나 확대를 했을 때도 매우 선명하게 보였고, 한 가지를 수정하면 한 번에 수정이 완료되는 컴포넌트 기능까지.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퇴근 후 삶의 질까지 높여주는 대단한 툴이었다. 또 제플린과의 연동을 통해 개발자 또한 편하게 CSS 작업을 해 나갔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그 대단한 스케치보다 더 혁신적인 툴을 소개하려 한다.
2016년 6월 27일, 피그마가 세상에 나왔다. 물론 이때에는 다들 스케치에 정신 팔려서 피그마를 사용한 디자이너들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디자이너의 협업 툴로 피그마는 당당히 일위를 차지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디자이너에게 Ctrl+S는 목숨과도 같은 단축키였다.
처음부터 피그마를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은 아마 저장 기능에 대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웹 기반인 피그마는 무려 자동 저장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버전 관리를 할 필요가 없으며 내 작업물들을 로컬에 저장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에서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재택과 사무실을 오가며 작업을 할 때 굳이 드라이브에 저장을 하거나 노트북을 왔다 갔다 들지 않아도 돼서 매우 편리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제플린을 이용해 개발자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CSS 작업을 할 순 있었지만, 각종 오류로 인해 정확한 사이즈를 재지 못했고, 버전 관리가 힘들어서 수정사항이 생기면 다시 불러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피그마에서는 말 그대로 개발자가 디자이너들의 실시간 작업을 구경 �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피그마는 웹 기반이기 때문에 링크와 권한만 전달받는다면 동시에 접속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디자이너가 몰래 디자인시스템을 변경하더라도, 개발자가 직접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피그마에서는 Unsplash로 무료 이미지들을 쉽게 불러오거나, Contant Reel으로 필요한 정보를 채울 수 있으며 카본 등 아이콘 라이브러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토록 다양하고 편리한 플러그인을 지원하면서 바로 얼마 전에 나온 커뮤니티 Beta까지 여러 기능을 아우른다. 커뮤니티 기능은 아직 배타 버전이긴 하나, 이미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 기능은 자신의 피그마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업로드할 수 있다. 디자인시스템이나 랜딩 페이지 등 내가 작업한 것을 오픈할 수 있고 필요한 작업물들은 Duplicate 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추후에는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으로 피그마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툴은 툴일 뿐,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툴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시간 분배와 효율성을 따졌을 때 피그마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