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두른 밤하늘처럼 까맣고 맑은 아이의 눈에 위로받는 날이 있다면 그 깊은 눈에 무거운 마음을 조용히 내리고 싶은 날도 있다. 엄마가 되어도 그런 날이 있었다. 마음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곤한 밤, 마주친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꼭 밤하늘 같기도 밤바다 같기도 해서 한 없이 맑고 깊은 눈에 무거운 내 마음을 닿처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부모가 되면 그동안의 시간과 경험이 어느 만큼은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마음 한 켠에는 여즉 자라지 못한 철부지 꼬마가 사는지. 누가 무심코 던진 말에 할 말을 잃거나, 오랜 질문에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해 아무 말도 못 하는 답답한 모습은 아직도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런 날, 그런 밤. 답하고 싶은 질문에 할 말을 오늘도 찾지 못해서 결국 마음에 소리도 조용히 끊어질 때. 울지 않는 눈을 하고 있다가 한 없이 맑고 깊어서 그 속에 끝이라곤 없을 것 같은 아이의 눈과 마주치면 얼굴에 눈을 살짝 휘며 웃어 보인다. 아이는 옅게 웃는 엄마 얼굴에 마음이 놓이고 엄마는 깊은 아이 눈 속에 숨겼던 눈물을 저도 모르게 꽤나 흘려보낸 기분이 든다.
무거운 마음과 숨겼던 눈물을 흘려보내도 나도 저도 모르게 전부 담아내 흔적도 없이 녹여내는 아이의 맑은 눈을 마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살면서 몇 번쯤 아이의 맑은 눈에 위로받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조용히 덜어내기도 하겠지. 작은 네 안에 내 부족함과 고단함을 모두 담고도 남을 우주가 있어서 감사하다.
그런 날, 그런 밤. 엄마는 아이의 눈에 조용히 제 마음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