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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Mar 17. 2021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엄마의 오랜 두통

나는 오래 두통을 앓았다. 두통은 대학교 3학년 때쯤부터 시작됐다. 평생 몰랐던  낯선 통증은 매우 불쾌한 것이었다. 주로 피곤할 때나 스트레스받았을  찾아오는  불청객은 머무는 동안  시간과 통증 외에 다른 감각을 송두리째 없애버린다. 심한 날은 속까지 메슥거리는데 그런 날은 결국 죄다 게워내야 끝이 난다. 머리가 조각조각 깨질  같은 통증과 구역감의 콜라보라니. 정말 환장할 조합이다. 신경외과나  군데서 진료도 받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 나는 이유모를 두통과 벌써 10년도 넘게 함께 살고 있다.


오늘은 두통 사흘째. 대체로 하루 이틀 괴롭다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번엔 두통약을 몇 알씩 먹어도 통증이 시원하게 가시질 않는다. 왼쪽 편두통으로 시작해 지금은 양쪽 관자놀이 사이로 띠를 두른 꼴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얼마 전 허리를 삐끗했을 때는 움직이진 못해도 누워 있으면 컨디션은 괜찮아서 핸드폰으로 글도 썼는데. 머리가 아플 땐 사지가 멀쩡해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괴롭다.


지금은 진통제의 반짝 효과로 잠시 두통이 가라앉아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있다. 두통으로 머리를 싸맨 삼일 동안은 해야 할 아주 최소한의, 아이들 돌보는 일과 집안일만 겨우 해왔다. 시간이 통째로 잘려 나간 느낌.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다른 일들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그게 스트레스가 돼서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이클이다.


끝이 없는 이 두통에서 언제쯤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하지 못하는 게,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게 괴롭다. 아프면 그냥 내 한 몸 쉬이 눕히고 마냥 쉴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엄마는 못내 괴롭다. 머리를 쪼개는 통증에도 손으로 관자놀이를 비비고 짓누르며 통증을 욱여넣는다. 아이 밥은 먹여야 하니까.


무엇이든 오래 하다 보면 나름대로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는 게 일반적일 텐데. 10년을 겪어도 영 편해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익숙해진다는 건 시간이 늘 답이 되진 않는 것 같다. 어떤 일은, 어떤 사람은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도 당연해지지 않기도 할 테니 말이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어떤 일이,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겐 애틋하고 아련한 존재이겠지. 나는 하나도 애틋할 게 없으니 이 괴롭고 징글징글한 불청객과 이제 그만 이별하고 싶다.


내 유일한 쉼이자 숨이었던 혼자 보내는 조용한 시간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통증과 정말 안녕하고 싶다. 오늘은 진통제 한알로 끝나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저녁시간에 아이를 씻기며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신랑에게 아이들과 함께 환영의 댄스로 반갑게 맞이해주고 싶다. 내일은 거실로 드리우는 햇살에 마음이 뽀송해지는 아침을 맞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인상을 구겨지게 만드는 이 두통이 없어져야 가능하겠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니 이제 그만 멈춰줬으면.


아이 둘 엄마는 머리 아프다고 편히 누워 쉴 시간도 그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다. 이 불청객은 하는 짓도 미운데 눈치까지 없다. 아마, 이 두통과는 평생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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