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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라운지 Mar 23. 2022

지난 시즌 내가 만든 옷의 오늘 가격은 천 원이었다.

재고 상품의 판매 가격



요즘처럼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게 표현이 되는 때도 없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본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직접 디자인과 제품 생산에 참여하며 제품을 만든다.







예전부터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말이 있다.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3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의. 식. 주]이다. 지금까지는 이 세 가지 요소 모두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경우가 꽤 많이 늘어났다. 직접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단어인데 [프로슈머라고] 하기도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이 세 가지 [의. 식. 주]의 요소 중에서 오늘은 우리가 입는 옷인 ‘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이템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입는 옷은, 만드는 원가와 기타 경비 그리고 디자이너 또는 제조사의 이익을 포함하여 판매 가격이 정해진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사용하는 소재와 부자재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옷을 봉제하는 공장 및 작업자에 따라서도 가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하면 동일한 제품에 브랜드 라벨을 다르게 붙이면 가격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의류를 만드는 디자이너 또는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참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물론 요즘은 정보도 워낙 다양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져서 터무니없는 가격이 책정된 제품은 판매되기 어렵다.


이제 작은 예를 하나 보고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평소에 패션에 남다른 감각이 있고 옷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매일매일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본인이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면 지금 판매되고 있는 다른 브랜드의 옷 보다 더 좋은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얼마든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준비과정을 거치고 자금도 준비를 해서 직접 옷을 만들고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곧잘 팔리기 시작해서 다음 시즌 디자인도 하고 추가 생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판매가 줄어들고 광고비와 고정비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시간이 지났고, 판매 가격이 문제인 것 같아서 판매 가격의 할인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 다 하는 광고도 추가해 보았지만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렇게 2 시즌이 지나갔고 지금은….


결국 많은 고민을 한 끝에 판매 가격 5만 원 정도의 제품을 재고상품 매입하는 업체에 일괄 매각을 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든 그 옷들의 판매 가격은 단돈 천 원이었다.






내가 디자인하고 멋지게 기획을 해서 만든 옷이 결국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종 판매되는 가격이다. 우리가 먹는 간식 값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음료수나 과자 한 봉지 가격이다.


모든 사람이 처음에 제품을 만들 때에는 정상적으로 판매가 잘 되고 계속 다른 디자인으로 바꿔가며 브랜드가 계속 잘 유지되는 것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렇게 판매가 잘 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황당하게 제품을 [땡] 값에 처분하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온라인 몰에서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곳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상품 검색을 좀 해보면 속옷은 아주 저렴한 천 원대, 티셔츠도 3천 원 대에 판매하는 판매처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가 점심을 먹고 즐겨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보통 5천 원 정도 하는데 오늘도 우리는 점심을 먹고 티셔츠 한 장을 마신 셈이 되는 것이다.


보통 속옷을 자주 안 바꾸는 사람들은 6개월에서 1년도 입는다. 심지어 조금 더 많이 입는 사람은 구멍이 나거나 떨어지지 않으면 안 바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소중하게 오랫동안 내 몸을 보호해 주는 속옷이나 티셔츠를 구매하면서 매일 먹는 커피 한잔 가격 때문에 고민을 하는 당신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점점 국내 의류 패션 산업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는 오늘날, 값싼 해외 생산 제품이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곧 올지도 모른다.


당장 내년에 로컬생산, [메이드 인 서울]인 의류를 못 입을 날을 경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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