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다, 어시스턴트, 보조

보조가 있어야 메인이 빛난다

by 디자인라운지

우리가 보통 어떤 물건을 사면 그 제품 안에 사용설명서가 들어있다. 복잡한 전자 제품이나 다른 공산품의 경우에도 제품을 포장박스에서 꺼내고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물론 표현하는 방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그림과 글로 표현한다. 제품이 주연이고 설명서가 조연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주연과 조연이 적절하게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 정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데 어느 한쪽이 없다면 아마 완벽하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설명서를 보지 않고 제품을 조립하거나 사용하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요즘은 소통의 방법이 참 다양하다. 누구나 1인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창작 생태계가 조성이 되어 있다. 유튜브 또는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콘텐츠의 무한한 생성이 가능하다. 조금은 비약적인 표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내가 만든 콘텐츠에서는 주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조연보다는 주인공인 주연을 더 기억하고 열광하는 것은 사실이다.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옷을 만들기 위해 재단을 하는 재단사도 있고 각 공정에 따라 봉제를 하는 미싱사도 있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옷을 실밥도 제거하고 불량도 검사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검사가 완료된 옷을 포장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생산 공정에 문제가 안 생기고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들 수가 있다.


보통 의류 생산은 봉제 순서에 따라서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그 흐름에 따라 각각의 공정에 따라 사용하는 봉제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미싱의 기종이 다를 수 있고 해당 공정을 담당하는 미싱사도 그 기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공정의 특성상 1개의 공정을 끝내고 나면 다음 공정으로 재단물이 넘어가야 하는데 봉제를 하다 보면 1단계의 공정에서 봉제실을 끊어서 사용 안 하고 재단물만 계속 미싱에 투입이 된다. 한 개의 공정을 끝낸 재단물을 보면 한 가닥의 실로 연결된 마치 낚싯줄에 걸린 생선 같은 형태가 된다. 따라서 다음 공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연결된 실을 끊어서 각각의 재단물을 분리해서 전달을 해야 한다.


이런 봉제 보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류 공장에서 보통 ‘시다’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일본어이고 원래 일본어 표현은 보조 도움이 등을 표현하는 ‘시다바리’ 가 맞는 표현이다.


아무튼 이런 ‘시다’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의류 봉제의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만약 한 개의 공정이 끝나고 다음 공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이런 보조의 역할이 없다면 실제로 의류 생산 과정은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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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봉제 보조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봉제 현장에서는 이런 ‘시다’의 대우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냥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들도 숙련도에 따라 생산 공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은 그들의 역할을 크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세상 모든 일은 숨은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모든 일이 완벽하게 잘 진행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숨은 조력자인 조연보다는 주인공한테만 관심과 환호를 보내고 있다. 나도 같은 성향이 있을 때가 많아서 딱히 다른 사람들을 탓하거나 비난할 입장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 이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각자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나도 여러분도 말이다.


주연이던 조연이던 상관하지 말고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 하면 우리 모두가 다 주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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