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식물킬러가 되었는가?

식물 킬러의 탄생

by 지지 zizi


| 식물킬러를 위한 식물을 키웁니다.

#1. 나는 왜 식물킬러가 되었는가?


어린 시절 내 주변에 식물이 없었던 적이 있던가. 식물을 사랑하는 엄마 덕분에 집은 늘 푸릇푸릇한 풀내음이 가득했다. 기억력이 썩 좋지 않은 내가 이 정도로 기억한다는 건 긴 시간 동안 그러했기 때문이다. (20살이 되기 전 나의 기억과 사진 속 집은 온통 초록)



내가 고등학생즈음 주택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해가 가장 잘 드는 베란다는 처음부터 식물 차지였다. (꽤 큰 베란다에는 식물이 늘 가득했고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베란다에 나가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20년 이상을 식물에 둘러싸여 살다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엄마가 가져다준 식물, 친구들이 선물해 준 식물들로 자취방 역시 점점 푸릇해져 갔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식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죽어버렸고 그때부터 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상하다. 왜 자꾸 식물이 죽지?"


하지만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 식물이 잘 자라는데 필요한 필수 조건인 햇빛, 물, 바람을 나는 전혀 제공해주지 못했던 것. 분명 "이건 얼마에 한 번씩 물을 흠뻑 주면 된대." "이건 물을 많이 안 줘도 돼서 이만큼에 한 번씩 흙 젖을 만큼만 주면 된대." 하고 식물에 맞게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그걸 기억하리 만무하고 물은커녕 해도 잘 안 드는 곳, 바람 없는 곳에 식물들을 두었다. (심지어 그때까지도 이유를 몰랐다.)



둘째를 낳기 전 이사를 한 집에 역시나 엄마는 이런저런 식물들을 가져다주셨다.

"집이 그래도 식물도 좀 있고 해야지. 봐. 얼마나 좋아"

맞다. 확실히 식물이 있으면 보기에 좋고 (효과를 느낄 수는 없지만) 공기 정화도 된다고 하니 좋긴 좋겠지? 그래도 이때만큼은 식물들과 잘 지냈는데 둘째를 낳아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금방 또 죽은 식물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에겐 식물에게 물을 주고 들여다봐주고 돌봐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기에 시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식물 킬러가 된 지금 엄마를 생각해 보면 쉬지 않고 하던 가게 일에 애 셋 육아까지 눈코 뜰세 없이 바빴을 텐데 어떻게 그 많은 식물들을 잘 키웠을까 존경스러울 정도다.)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왜 식물 킬러가 되었는지 알아차렸을 때 나름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보았다. 응...? 그런데도 식물은 계속 죽네? 그렇다. 식물은 각 식물에 맞는 햇빛과 물, 그 외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잘 자란다. 물이 많이 필요한 식물, 물이 적게 필요한 식물, 직사광선은 피해야 하는 식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있어야 하는 식물. 식물마다 다 다르고 같은 식물이어도 조금씩 차이는 있다. 잘해보겠다고 한 노력의 실패가 거듭되자 내 손에만 오면 식물은 죽는구나. 식물 킬러인 것을 인정하자. 가 되었고 2020년 다른 방법을 찾기에 이르렀다.


다음 편에 계속...



* 저와 같은 식물 킬러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