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않는 옷이 식물이 됩니다. 업사이클 프로젝트
#1.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입지 않는 소중한 (녹색) 옷을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 중이라는 지인. 이 대화로부터 떠올린 아이디어가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 옷을 식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오랜 시간 소장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날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입지 못하게 된 녹색 옷들을 모아 식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화는 실이 되고, 실이 모여 옷이 되고, 옷이 되어 그 쓰임을 다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옷들의 이야기. 저마다 가진 사연에 각기 다른 소재를 더해 식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전시할 예정이다.
#2.
패브릭과 실로 식물을 만들어오길 몇 년. 익숙한 소재와 비슷한 형태로 새로운 작업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그때 마침 이번 프로젝트가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특정 다수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옷을 받아 소재 특성에 맞게 디자인하고 식물로 만들었다. 이 과정이 잠잠했던 창작욕을 불타게 했고 꽤 긴 시간 동안 즐거움을 느꼈다. (그 즐거움이 결과물에도 고스란히 남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창작작에게 익숙함과 동일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데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새삼 또 한 번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3.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내가 가진 녹색 옷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지인들에게 부탁했으나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하여 생각한 것이 당근마켓. 녹색옷, 녹색 니트, 연두색 옷, 초록색 등 여러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했고 다양한 소재, 색, 형태 등의 옷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거래 시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옷이 분해되어 이렇게 저렇게 될 것 같다. 괜찮으시냐. 여쭤보았는데 아 네, 이제 제 것이 아닌걸요. 상관없어요. 아 네 그럼요. 등 다행히 필요 없어진 옷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였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검색해 보는 녹색 옷, 초록 니트...)
#4.
원래 옷 형태와 식물이 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비교해 보면 어떨까 싶어 촬영을 부탁했다. (친구 유경이에게) 촬영을 핑계 삼아 가끔 만나 사는 이야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끝을 상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물이 되기 전 옷 모습 촬영으로 몇 번 미팅을 했고 (서울 숲, 보라매공원) 현재는 잠시 멈춘 상태. 하지만 언젠가는 꼭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 (처음 계획 했던 것은 전시와 인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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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지금까진 만든 입지 않는 옷으로 만든 식물들. (코트, 면바지, 티셔츠 등 다양한 소재를 재구성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본래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도 못 할 형태로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