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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Oct 19. 2016

익명의 거리_뉴욕에서 일주일 #02

1일째, 금요일


10년, 그리고 14시간.


장시간 비행을 하는 모든 여행자들의 바램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바로 시차적응으로 아까운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나는 비행기 안에서 시차를 적응하기 위해서 내내 좀비처럼 맥주와 와인을 청해서 마셨지만 10년 만의 뉴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런 비몽사몽하던 14시간이 흘러 드디어 창밖으로 뉴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년을 그리워한 열망의 거리가 1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피곤함이나 기쁨은 둘째치고, 다소간의 허무함이 먼저 밀려왔다.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만난 뉴욕의 가을.

곧 터져버릴 것만 같은 노랑과 빨강.











이봐요.

우리 방금 뉴욕에 왔어요.











135 W 28, 숙소의 조건


숙소의 조건은 간단하다. 

아침에 눈떴을 때 무조건 맨하튼 중심부일 것.

숙소에 일찍 들어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숙소에서 바라보는 경치 따위는 필요없다.

독채일 것.












숙소문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

큰 도로 이면 안쪽에 위치한 숙소 입구로 들어서자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 나왔을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붉은 벽돌위에 펼쳐진, 그래서 더 파란 하늘.











저 계단에서 조심스럽게 싼 컵케익을 먹으며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너에게 주기보다는 온전히 나 혼자서 독점하고 싶은 달달한 컵케이크 같은 뉴욕.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나온 시간은 오후 2시쯤.


"친구들, 뉴욕이야. 시차적응 따위는 방안에 가둬버리고,

자, 이제 뉴욕을 만나러 가자구."











W28th Street, Manhattan

 

10월의 뉴욕, 10년만의 뉴욕 !!

아직 실감나지 않는 뉴욕을 느끼기 위해서

플랫아이언에서 첼시하이라인으로 향했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휘트니 뮤지엄이 근처에 있지만, 첫날부터 미술관? 내가?








하이라인, 첼시










하이라인에서 보는 맨하튼 풍경









첼시마켓


아니나 다를까. 급격히 떨어진 체력으로 휘트니 뮤지엄은 너무 가볍게 포기해버리는 센스.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첼시마켓으로 흘러들어갔다. 












첼시마켓


첼시마켓 벽돌을 연상시키는 빨간 랍스터.

여행의 하루는 보통 다섯끼 정도로 계획하는데, 일단 첫단추를 잘 끼운 느낌. 

잔으로 파는 화이트 와인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에마실까 말까를 잠시 고민했다. 바보같이. 

그것은 따로 계산되어지지만 이미 한 몸인 것이다.









첼시마켓


할로윈, 호박, 그리고 영원히 사랑(?)받는 에드가 앨런 포우










첼시마켓


할로윈을 알리는 장식들









McSORLEY'S OLD ALE HOUSE


어쩌면 우리는 맥솔리를 다시 가기 위해 뉴욕에 온건지도 모르겠다.










McSORLEY'S OLD ALE HOUSE


10년 전, 거칠게 맥주잔을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팁을 줘도 이딴걸 왜 주냐는 듯이 화내듯 땡큐를 밷던 서빙 아저씨들이 조금 다소곳해져서 어색했다. 

거친 아이리쉬의 숨결이 아쉬웠지만, 어쨌든 맥주때문에 술이 취하는 건지, 시차때문에 잠이 오는 건지, 

알듯 모를 듯한 첫날밤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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