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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Jun 06. 2017

익명의 거리, 뉴욕에서 일주일 #15

Johny's Luncheonette



Johny's Luncheonette.

숙소에서 가까운 Diner를 검색해서 3블록 정도 떨어진 곳을 찾았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와서야 1994년에 문을 연 내공 있는 Diner라는 사실을 알았다. 별생각 없이 미끼 없는 낚시를 던졌는데 20년 내공의 월척을 낚아 올린 것이다.










팬케익과 오믈렛 정도를 시켰을 뿐이지만, 한쪽 벽에 걸린 사진 속 Johny의 앳된 모습이 요리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20년 된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들어봤어도, Diner가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니.












우리는 오믈렛을 한입 맛보자마자 단번에 Johny의 팬이 돼버렸다.

간단해 보이지만 꽤 오랜 시간 조리를 해서 나온 감자와 팬케익, 그리고 오믈렛에는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특별해 보일 것 없이 적당히 내려서 데워놓은 저 커피.

며칠 전 브루클린에서 마셨던 뉴욕 3대 커피 어쩌고 저쩌고의 맛 따위는 내 미각의 기억에서 가볍게 밀어내 버린 특별한 맛.











- 여기 커피 한 잔 더 줄래?

- 셋 모두 다?

- 당연하지











마성의 커피는 한 잔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Johny의 커피 두 잔을 다 마시자, 어젯밤  맥주의 숙취가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이곳은 뭐랄까, 수렁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느낌.











- Johny, 정말 맛있게 먹었어.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

- 이 친구도 같이? 좋아. 하지만 난 포즈 따위는 취하지 않을 거야

- 어떻게 알았어? 그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야



화려한 메뉴의 여느 레스토랑보다 왠지 더 끌렸던,

심지어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는 자책의 마음까지 느껴지게 했던 Johny's Luncheonette.

내일은 종합 선물세트 같은 메뉴 "킹콩"을 꼭 먹어보기로 했다.












Camera  :  Leica M9 / Leica M-Monochrom(ccd)

Lens  :  35mm Summilux asph / 50mm Summilux 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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