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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Dec 12. 2016

익명의 거리_뉴욕에서 일주일 #03

뉴욕 이틀째, 토요일.

주말이라 맨해튼 어딜 가나 붐빌 거니까, 뉴저지로 가서 맨해튼 전경을 보면 좋을 거다.

결정적으로 짐을 줄인다는 생각으로 옷도 얼마 가져오지 않았잖아.

모든 것이 우드베리 아웃렛으로 가라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새벽같이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브로드웨이를 지날 때쯤에 자동차 렌트할 친구가 면허증을 숙소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함께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지만 굳이 모두 다시 숙소로 갈 필요가 있을까? 희생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

면허증 주인은 면허증을 가지러 돌아간다.

나머지 둘은?

예정에 없던 이른 아침에 타임스스퀘어를 만난다.











발걸음도 가볍게 타임스스퀘어로...

뉴욕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우정.











이른 아침 타임스스퀘어는 마치 좀비와의 전쟁을 치른 뒤 모두 깊숙한 은신처로 숨어버린 영화 속 유령도시 같다. 
뉴욕 거리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오로지 우리 몇몇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거리의 카메라가 연인을 포착해 키스를 유도하는 저 전광판에, 평소 같았으면 20명 정도는 찍혔을 것이다.

면허증을 두고 나온 친구에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너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한적한 타임스스퀘어를 만날 수 있었겠어?
우연 속에 일어나는 필연의 만남이 여행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순간.











중후한 맛이 채 스며나오기 전에 추출을 끝내버린,

하지만 그 부드럽고 짙은 향만으로도 좋은, 커피 같은 아침이다.























<다음에 계속...>




Location  :  Times Square, New York

Date  :  October, 2015

Camera  :  Leica M-Monochrom(1st), Leica M9

Lens  :  Leica Summilux-M 35mm F1.4 ASPH, Ricoh GR Lens 28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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