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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Dec 26. 2016

익명의 거리_뉴욕에서 일주일 #04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하고 상황을 컨트롤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불안을 해소하고,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위안(착각)을 얻기 위함인데, 어쩌면 그것은 원초적(전지적) 관음의 욕구와 닮아있다. 전체를 대충 훑고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해버리겠다는 것.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여행자들이 도시를 한 눈에 파악하는 행위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어색한 이방인의 지위를 내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부유하는 존재가 아닌, 도시의 일부분으로 격상시키고 싶은 신분상승의 욕구도 맞물려 있다.

대체로 전망대에 오르거나(신분상승의 욕구가 강한 편) 도시의 건너편으로 가서(쿨한 척) 이방인이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 착각에 빠진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은 여전히 이방인이자 완벽한 여행자가 아닐까?


"하지만 어차피 인생자체가 착각이잖아? 나도! 나도!"  

 

맨하튼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는 여러 곳에 있다.

맨하튼 곳곳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거나, 맨하튼 건너로 가거나.


나는 쿨한 척을 하기로 했다.









 


10년 전, 유학중이던 친구의 아파트 근처에서 바라본 맨하튼.

맨하튼으로 들어가는 중에 보이는 풍경이 매번, 대체로 이랬다.

그래서, 일반적인 '아 좋다' 정도의 감흥이었다.











아...뭐지?!!

불과 30분 전, 맨하튼을 벗어날 때만 해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주체를 못할 지경이었는데, 너무 좋은 날씨가 여행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라니.










여행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첫 번째는, 매순간 감탄하고,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비가 왔으면 비가 온다고 불평했겠지.

뉴욕에 오면 항상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10년 전의 풍경들이 다시 한 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순간이다.

10년 전, 나는 저 순간에 얼마나 감탄했었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다음에 계속...>




Location  :  New York

Date  :  October, 2015

Camera  :  Leica M-Monochrom(1st), Leica M9

Lens  :  Leica Summicron-M 35mm F2.0(4th), Leica Summilux-M F1.4(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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