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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May 26. 2020

호이안에서 호찌민은 정말 멀다

버스 타고 가다가 마주한 도시들

  호이안에서 신투어 버스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논, 밭을 지났다. 여긴 정말 논농사를 많이 짓는구나. 왜 논농사를 짓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대답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넘어갔다. 아마도 실제 묻는다면 먹고살기 위해서란 당연한 대답을 듣지 않았을까. 체감하기에 거의 24시간을 이동해 호찌민에 도착했던 것 같다. 동남아를 여행하며 이동한 노선을 비교하자면 엄청나게 긴 거리는 아니지만(한국인의 기준으로는 꽤 멀긴 하다), 중간에 경유했던 도시와 아주 느긋한 속도를 유지한 버스 탓도 컸다. 전날 초저녁인 6시 15분에 출발한 버스가 다음날 오전 5시쯤 나짱에 도착했다. 


나짱의 일출


  역시 버스는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누군가 내 소지품(카메라, 지갑, 선글라스)에 손을 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낭여행자는 가난하게 이동할수록 좋다. 19년도 초, 인도에서 만났던 한 분은 그래서 그런지 머리를 다 밀고 승복을 입고 다니셨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시는 분이셨는데, 어느 누구도 그분은 건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어쨌든, 아주 피곤했다. 


나짱의 해변


  나짱은 부산과 같은 도시다. 누구는 유럽의 나폴리 같은 곳이라고 했는데, 나폴리를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아무튼 참 아름다운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경유하고 또 같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였다. 해안을 산책하기엔 딱 알맞은 시간이 주어졌다. 피로도 풀 겸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해안을 걷거나 산책하고, 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 말이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다. 베트남은 정말 도시별로 굉장한 문화적 차이를 지닌 나라 같다. (마치 갈라파고스에 있는 핀치새 같다.) 한국은 지역별로 사투리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부지런한 나짱 시민들


  버스를 타고 또 달려 무이네로 향했다. 무이네 사막은 새빨간 모래 지형이다. 모래가 새빨갛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버스를 아주 오랫동안 타고 있던 터라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모래 썰매를 타고, 일몰을 본다. 게다가 무이네 사막 근처에 아름다운 해안이 있다. 사막과 바다를 가까운 거리에서 즐길 수 있다. 그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물가가 비싼 건 덤이다. 점심을 먹으라고 내려준 무이네에서 아주 형편없는 해물볶음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는 새끼손가락만큼 들어있고, 새우는 갈아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무이네 해변

  무이네를 지나자 호찌민까지 이동하는 길은 아주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바깥 풍경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좋으련만. 기사는 도착 시간을 맞추려는 듯 시속 30km 미만으로 달리는 것 같았다. 스쿨존을 지날 때 안성맞춤인 속도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호찌민에 도착했다. 호찌민에 도착하니 밤 6시 10분쯤. 정말 24시간, 정확히는 23시간 55분 걸린 긴 여정이었다. 닭이나 가축이 좁은 우리에서 사육을 당할 때 반쯤 미치는지 알 것 같았다. 한 사람 앉을 수 있는 좁은 칸에서 24시간을 견딘다는 건 반쯤 정신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웠다. 만약, 인내심을 기르거나 도를 닦고 싶은 분, 배낭여행하느라 돈은 없는데 시간은 많은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볼 만하다. 하지만 난 매번 시간은 많고 돈은 없기에, 이런 걸 자초해서 반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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