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계포상 Jul 01. 2017

프렌차이즈 바리스타

남자도 할 수 있어요.

 면접 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남자가 왜 이 일해요?”

 “남자가 이 돈 벌어서 되겠어요?”

 친구들의 한결같은 반응.

 “계속할 건 아니지?”

 “너도 취업해야지.”

 분명 정규직임에도 정규직이 아닌, 저는 프랜차이즈 카페 바리스타입니다.


 이해는 있지만, 응원은 없는 길. 저는 왜 이 길을 택한 걸까요? 참 우습게도, 시작은 그저 머릿속 상상이었습니다. 낮은 천장에 오렌지 빛 조명, 원목 의자에 푹신한 소파. 잔디가 깔린 테라스에, 고목으로 된 흔들의자를 놓고, 저는 커피를 탑니다. 깊은 향이 살아있는 아메리카노와, 앙증맞은 하트가 올라간 라떼를 말이죠. 저는 제 커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손님들의 미소를 사랑합니다. 손님이 없을 땐 노트 하나 펴놓고, 서걱거리는 만년필로 글을 써나가죠. 엄청나게 유명하던, 쥐뿔 유명하지 않던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겐 따뜻한 글을 써나갈 테니까요. 음, 생각만으로도 향긋합니다. 나중에 카페를 차리려면, 꼭 카페를 경험해봐야겠죠? 뭐 한 가지 더 꼽자면 저녁 있는 삶과, 내가 있는 삶을 바라기도 했어요. 일에 쫓겨 글을 쓰지 못하느니, 글에 쫓겨 돈을 못 버는 게 더 나았거든요.


 마음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제 음료가 아닌 레시피가 정해진 음료를 만들며, 최저시급을 받습니다. 틀에 박힌 레시피는 손님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최저시급 일꾼이 내 가게를 차리려면 한 세월이 걸립니다. 말로만 듣던 독특한 손님 분들은 커피 값이 제 몸값 인양 굴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대로 주저앉을까 걱정됩니다. 평생을 최저시급 일꾼으로 끝내게 될까 불안해 잠 못들기도 합니다. 다만 큰 꿈엔, 큰 인내가 필요한 거겠죠? 정성껏 내리는 커피와 매일 쓰는 글, 그 두 가지를 손에 들고 오늘도 나를 믿습니다.


 저는 프랜차이즈 카페 바리스타입니다.




스물 여섯의 남자가 카페 바리스타로 취업하며 겪었던 일들, 기억에 남는 일들을 엮어갈 예정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