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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문수 Dec 31. 2021

결산: 2021

부지런히 움직이고, 부지런히 꿈꿨는가. 한 해를 어떻게 살았나. 지난해의 다짐을 지켜내었나. 


기어이 작가가 되겠다는 ‘계획’.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과 청년이야기대상에 


소설과 수필을 보내었으나 내가 받은 건 당선 축하 메일이 아닌 사과의 쪽지. 


최근 어느 한 독립출판사의 비정기문예지에 작품을 싣기도 했지만, 


내가 세워놓은 작가의 기준 안에 아직 나 자신을 들이진 못했다. 


이제는 나의 꿈을 꿈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꿈을 이루려 했던 노력과 도전도 


이제 하나의 노동으로 전락했다. 나는 자유인도 예술가도, 하다 못해 청춘도 아니다. 그저 노동자다.




한동안 나의 글쓰기는 참회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멀어진 사람과 여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저질렀었던 모든 잘못에 뒤늦게 마주하려 했다. 


부끄러워하며 염치없이 용서받기를 바랐다. 그런 과정 다음에 나의 글쓰기는 자신과의 화해였다. 


달리 말하자면, 자기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내가 가진 결함. 소질이라든가 의사소통능력. 


체력을 비롯한 신체조건. 사회생활 이력. 인간성. 그 외에 숫자로 증명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 


채찍질은 그만두고, ‘그래도 발버둥 치고는 있구나’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그런.




요즘은 괴리의 해소를 위하여 쓴다.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나의 모습과 현실을 사는 나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거다. 


궁극적인 목적은 ‘떳떳해지기’. 나는 나의 삶 중에서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일말의 지원도 없이, 내가 내 삶에 대하여 온전히 짊어지는 책임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 그런 물음으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이거다. 


나 한 사람만큼은 내 인생을 나락에 떨어지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그에 따른 실천으로 시작한 게 허세와 기만의 거세다. 이젠 장난으로라도 거짓말하지 않으며,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타인을 즐겁게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논리와 혐오를 경계한다.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를 감성적인 사람 아니면 이성적인 사람 둘 중의 하나라 여긴다. 


감성적이지 않으면 이성적이라 믿고, 이성적이지 않으면 감성적이라 믿는다. 


내가 아는 한 요즘 현대인들은 감성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그저 감정적이다. 


누군가를 모욕하고 남의 일을 멋대로 넘겨짚는 데에 서슴없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과몰입하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일에는 오히려 무디거나 지나치게 관대하다. 


재미가 없으면 뭐든지 간에 필요하다 여기지 않는다. 그렇게 휘발성 인간이 된다. 


결국 그런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무언갈 남기는 인간으로 살고자 한다.




누군가는 궁금해할 것도 같다. 내가 쓰는 글은 누구를 대상으로 삼는가. 


과연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인가. 


당연히 읽어주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겠느냐 여기는 사람이 있겠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독자를 위하여 쓰는 글인 건 맞다. 그러나 내가 글로 써서 전하고자 하는 말들의 수신자는 나 자신이다. 


모두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다. 내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위로와 꼭 받아보고 싶었던 위로. 


이제 와 고백한다.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아본 적이 없다. 내겐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나를 위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자급자족적인 위로 행위에 위로받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사실 의도한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천차만별의 삶을 산다고 하지만, 사람이라 비슷한 부분은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똑같이 상처받고 똑같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이다.




올해는 유난히 일을 크게 벌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글을 쓰며 어디에 투고하고, 몇 달 전부터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영상을 녹화하고 토요일에 편집한다. 


일요일에는 며칠 동안 구상해둔 시를 타이핑하고 편집해서 게시한다. 


내년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따금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대로는 억울해서 죽지 못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저 관성에 맡기고, ‘그만두지 않음’을 유지하려 한다. 내 처지는 반드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확신이 든다.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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