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탄생

감정 바꾸기 연습

by 류하


슬픔을 숭덩숭덩 잘라 글을 써

분노를 잘근잘근 씹어 글을 쓰지

뭐가 뭔지 모르게 될 때까지

으깨고 짓이겨.

글자 안에 감정이 묻어나지 않도록.


우울에 곁을 내주고

아픔을 밑천 삼아

글자를 섞고 단어를 엮어,

공기 중에 흩어진 마음을

문장으로 빚어내지.


무얼 담을까 여기에.

울퉁불퉁 거친, 이 손때 묻은 토기에.


새하얗고 퐁신한 머랭은 어때

빛나는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도 좋지

아니 내가 진짜 담고 싶은 건,

당신의 웃음 한 숟갈

실없는 농담 한 젓갈.


나는 아주 작은 기쁨을

은밀하게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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