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삽화 : K.G

by EON

중세 최고의 기사단으로 칭송을 받던 ‘ 마크엘 기사단’은 왕국 최고의 훈장을 왕으로부터 부여받은 전통 있는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동부의 여러 세력을 점령하고, 왕국의 깃발을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왕가 최고의 명예훈장을 수여받게 되었다.

특히 그중 마크엘 기사단의 사단장인 바칸은 이미 유럽의 ‘붉은 이리’로 불리며, 시대의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왕은 용맹한 바칸에게 ‘왕가의 검’을 수여하였 바칸은 그 검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그 후로 바칸은 자신이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칼 손잡이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불의 형상이 그려진 ‘불의 검’ 대신 영광스러운 왕가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받아들였다.


* * *


비동맹 국가와의 대치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이 지속되던 12월의 어느 날, 마크엘 기사단은 뜻밖에 복병으로 등장한 두 검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한 검사의 이름은 ‘샤빌 원’ 그는 보통의 강인한 전사와 달리 슬립 한 몸매의 미형의 전사로서 검술은 춤을 추는 듯했고, 재빠른 동작은 마치 바람을 가르는 독수리를 연상시켰다.

다른 한 명의 검사의 이름은 ‘미로클’ 그는 눈의 띄는 화려한 망토를 입고 있었고,

휘파람과 노래를 뒤섞여 부르며 변칙적인 움직임과 검술을 보이고 있었다. 둘의 공격에 기사들은 어찌 할바를 몰라 허둥지둥 대었다.

자존심이 강한 바칸 에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의 분노는 극에 다다르게 되었다.


‘저런... 별 볼일 없는 애송이들에게 얼간이처럼 당하고만 있다니!’


자신의 기사단이 점점 함락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바칸은 격한 분노를 드러내며 말에서 뛰어내려 왕가의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부하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나의 용사들이여! 나의 군주, 나의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이 검을 통해 저 애송이들의 목을 내가 반드시 꺾어 오겠다!”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은 그에게 거대한 환호성으로 응답하였다.


* * *

바칸은 계속하여 왕가의 검으로 두 명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왕가의 검’은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거세게 상대를 밀어붙였지만, 샤빌 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반응으로 그의 공격에 침착히 대응하였고, 미로 클은 킥킥 거리며 날렵하게 피해 다녔다.

바칸은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그들의 검술이 강인한 전사같이 집적 맞서지 않고 한 명은 줄곧 방어만, 한 명은 줄곧 피해만 다녔기 때문이었다.

바칸은 검으로 둘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이봐 애송이들! 너희 둘의 용기는 가상하다만 나의 이 검은 그 약해빠진 검술에 크게 싫증을 느끼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 더 이상 비리비리하게 굴지 말고 제대로 덤벼 보란 말이다!!”


하지만 샤빌 원은 아무 말 없이 검의 춤으로 그의 공격에 침착히 대응할 뿐이고, 미로클은 여전히 키득 거리며 피해 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한동안 그런 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승패는 순식간에 갈리고 말았다.

계속 후퇴식으로 방어만 하던 샤빌 원의 검이 어느덧, 바칸의 약점을 찾아내어 정확히 그의 가슴 한 곳을 찌르게 된 것이었다.


‘으!!!..’


외마디 비명조차 지를 시간도 없이 바칸은 가슴을 움켜쥐며 무릎을 꿇게 되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져가는 바칸에게, 미로클은 조롱하듯 노래를 읊었다.


[헤헤~ 난 당신 말투에서 갑옷 입은 꼬마를 발견했어~

헤헤~난 당신 혈기에서 불이 뜨겁게 타오른다고 '빛'이 되는 아니 란걸 발견했어~]


그리고 샤빌 원은 의아한 얼굴로 말을 던졌다.


“바칸..."


바칸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왜 그 검만을 고집하지?...”


바칸의 의식이 가물가물 해지고 있었다.

그의 시선샤빌원의 모습이 둘, 셋으로 보여졌다. 샤빌원은 바칸의 얼굴 옆에 얼굴을 대고 그의 오른쪽 귀에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당신이 전장에서 내 동료들을 수없이 베던

그 불의 검이 보고 싶었는데 말야.”


샤빌 원과 미로클은 맥없이 쓰러지는 바칸을 뒤로하고 남은 전사들을 진멸시키기 위해 서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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