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왼손

삽화 : K.G

by EON


희민은 또래 친구들로부터 <황금의 왼손>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가 왼손으로 공부한 시험성적은 언제나 학교에서 1등을 차지했고, 야구경기 투수로 출전하여 왼손이 던진 공은 언제나 타자를 헛스윙하게 만들었고,

왼손으로 가볍게 그린 그림은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였고, 친구들과의 팔씨름에도 항상 우위를 점유하는 < 우월한 왼손>이었다.

그래서 희민은 그 황금의 왼손 덕분에 또래들로부터 인기 역시 최고로 얻고 있었다.


그런 희민이 남몰래 짝사랑하는 ‘쥬디’라는 소녀가 있었다. 희민은 쥬디를 늘 먼발치에서 바라보 애타는 가슴을 졸이곤 하였다.

그렇게 마음앓이를 하던 희민은 늘 자신을 인정받게 해주던 <황금의 왼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왼손이... 항상 날 최고로 만들어 주었지. 역시 이 손으로 쥬디에게 용기 내어 꽃을 건네주는 거야... 그럼 쥬디는 내 데이트 신청을 기꺼이 받아 줄 거야.


다음날 희민은 쥬디에게 왼손으로 장미꽃을 건네며 데이트 신청을 하였다.


「쥬디....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


쥬디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민은 안심하였다. 그는 황금의 왼을 통해 건네준 장미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날 오후 , 맑은 하늘은 어느 때 보다 투명하고 눈부셨다. 그들이 걷는 숲길은, 그들이 나눈 대화는, 그들이 바라본 서로의 눈은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쥬디가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순간, 희민은 왼손으로 쥬디를 붙잡으려다 갑자기 주춤하더니, 다시 오른손을 내밀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만 오른손을 거두고 말았다.

결국 쥬디는 바닥에 심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희민의 놀란 표정, 넘어진 쥬디의 낙심한 표정...

무릎에 심한 상처를 입은 쥬디는 울먹이며 말했다.


「희민... 왜 날 붙잡아 주지 않았니?」


토라진 쥬디는 희민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희민은 떠나가는 쥬디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사실.... 난 왼손잡이 가 아니라 오른손잡이야.... 그런데 왜 내가 그 손을 내밀지 못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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