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UNSPLASH
-강기태 (NT형)-
그는 강단 위에 올라갔다.
순백의 하얀 옷을 입은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갈 겁니다
갈 겁니다
위로
저 위로
저 위로
저 하늘 위로
그대로 바닥에
편안히 누워요
따스함을 느껴요
포근함을 느껴요
솜사탕 구름 위에 있다 생각하고
천천히
누워요"
그의 말을 듣고-공중을 향해 고개를 든 (누군가는 그를 힐끈힐끈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 갔다.
"모두들 오른손을 펼쳐요
공중을 향해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펼쳐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따라 오른손을 들었다.
"이제 축복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은총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사랑의 비가 내립니다.
빛의 은총이
빛의 물결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며 감싸 줄 겁니다."
사람들은 환호. 환호. 또 환호했다.
눈물 흘리는 소녀, 소년들
같이 따라서
박수 착착착
손뼉 착착착착
그런데
축복의 비
은총의 비
생명의 비가 아닌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검은비가 내리고 있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사랑비입니다.
이건 치료비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영혼의 치료비를 내야 합니다."
몇몇이 일어나 검은 헌금함을 들고
주변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헌금함에는 순식간에 돈 봉투가 쌓여가고 있었다.
난 무심코 보았다.
인자한 미소의 그
그의 오른팔에 슬며시 드러나는 뱀 문신을
내 안에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두려운 게 뭔지 알아?
차갑고
서늘하고
깜깜하고
공포스러운 암흑이 아니야
바로
빛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사랑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진심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암흑이었을 때야"
그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다들 그와 함께 오른손을 들었다.
그 은총 앞에
전율 부르르
감각 부르르르
한 두 명-세네 명-다섯여섯...
점차
점차
도미노처럼 쓰러져갔다.
부르르 떨며 쓰러져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 갔다.
사람들이 울고 있다.
감탄, 경배,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도 겉으로 울고 있다.
하지만
그 오른팔에 뱀은 키득거리고 있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마태복음 7장 15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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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외하는 사람들 사이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 쓰레기의 모습을 한번 자세히 보려고
그의 얼굴이 좀 더 선명히 보였다.
종교인 같기도
정치인 같기도
연예인 같기도 했다.
순간 뒤를 돌아 그를 경배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들을 이렇게 홀리고 싶다.
나도 이들 위에 군림 하고 싶다.
저 쓰레기 처럼 저렇게 경외 받고 싶다.
다시 그의 얼굴을 본다.
잠시지만 그의 얼굴에
내 얼굴이 오버랩 되어져서 보여진다.
나도 모르게 주변 이들과 같이 따라서
박수 착착착
손뼉 착착착착
같이 오른손을 들었다.
들어올린 내 오른팔에...
뱀문신이 생겨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