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 O.S.H
한 남자가 사막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검은 뱀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남자는 두 눈을 의심하였다.
뱀이 남자의 지갑을 입에 물고, 오아시스 안으로 기어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건드린 뱀의 행동에 크게 분개하여,
총을 꺼내 들고 소리쳤다.
“이 추악하고 간교하고 더러운 존재여! 감히 내 보물 중에 보물을! 네 놈은 신의 심판이 두렵지도 않더냐?”
그러자 뱀은 키득 거리며 대답했다.
고등학생 준석은 석유통을 들고, 비틀 거리며 경찰서 앞으로 다가갔다.
준석은 경찰서 문을 힘없이 열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지금요... 제가 지금 화가 너무 머리끝까지 나서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런데요...
여기에 불 좀 질러도 될까요?”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업무에 충실히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한 경찰관만이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뭐 알아서 하렴. 그런데 문 옆에 달린 전신 거울,
네 지금 모습을 비춰주는 그 전신 거울,
그건 태우지 마”
순간 준석의 시선은 대답해 준 경찰관만이 유일하게 보여졌다.
준석은 그 경찰관을 향해 물었다.
“왜요?”
그는 준석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아무리 불태워도 소용없거든”
준석은 아무 말 없이 전신 거울을 응시하다가...
석유통을 문 앞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