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 K.G
어두컴컴한 방에,한 아이가 영문도 모른 채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아이는 크게 당황해하며 쇠사슬을 풀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몸부림치면 칠수록 쇠사슬은 점점 더 아이의 가슴을 조여 오게 되었다.
연약한 아이의 힘으로는 도저히 쇠사슬을 풀어낼 수 없었다.
결국 제풀에 지친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버렸다.
그리고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쇠사슬을 풀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책을 찾아보며 연구해 보자
분명 책 속에는 풀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을 거야.”
아이는 책이랑 책은 다 찾아보며 쇠사슬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책에 파고 들어갈수록, 아이의 지식과 학문은 점점 깊어져 가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책을 들여다보고 연구를 해봐도 쇠사슬을 풀 수 없었다.
아이는 그렇게 책 속에 세월을 보내며 어느새 청년이 되어갔다.
청년은 결국 책을 덮고 공부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래... 지식이 안 된다면 행동 밖에 없어.
분명 쇠사슬 어딘가에 녹슨 부분이 있을 거야.
그 녹슨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난 이제 아이가 아니니까...
건장한 어른이니까... 이렇게 다 큰 어른이니까.
분명 풀어낼 수 있을 거야.’
청년은 이제 몸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상으로
벽에다 쇠사슬 묶인 부위를 부딪치며 거세게 움직였다.
때론 강하게 -때론 천천히 부드럽게- 때론 연구한 것을 응용해서 그렇게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하지만...아무리 움직이고 부딪혀도 쇠사슬은 풀어지지 않았다.
청년의 머리는 어느새 백발이 되어가고 있었다.
노인의 얼굴은 근심의 주름이 깊어만 갔다. 그는 한숨을 내 쉬며 생각했다.
‘그냥... 포기 하자... 모든 걸... 내려놓자.’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노인의 몸이 점점 야위어 갔다.
그리고 조금씩 쇠사슬이 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너무도 허망하게 쇠사슬이 풀어지고 있었다.
노인은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손쉽게 자유의 몸이 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이 쇠사슬 정말 풀어 진건가?.
그냥 이렇게 풀어져 버린 건가?
그럼 난 이제 자유로워 진건가?. 정말 해방된 건가?‘
노인의 마음은 벅찬 감동과 환희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는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를 그토록 압박했던 쇠사슬을 풀고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꿈꿔왔던 세상.
문밖에 나갔을 때 따스하게 비쳐 오는 빛.
자신을 반겨주는 다정한 미소의 사람들.
아름답고 화사한 풍경.
웅장하고 멋진 도시.
노인의 얼굴엔 인자한 미소가 지어졌다.
노인은 환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본 세상은...
바깥의 모든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고 떠들며 살아가고 있었다.
혼란스러워하던 노인은 멍하니 문밖만 쳐다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쇠사슬을 다시 몸에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