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셨어요?"만큼 "코로나 확진자가 요새 또 터졌대요"도 어색한 분위기를 틀어주는 물꼬가 되었다.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만 2년이 지났고, 이제 코로나는 우리 삶 너무 깊숙이 자리 잡아버렸다. 그리고 코로나는 우리 삶을 너무나도 많이 바꿔버렸다. 2020년은 전 세계가 패닉상황에 빠져있었고, 2021년은 패닉 속에서 수많은 산업과 돈의 흐름의 변화가 심화되었다. 그래서인지 재택근무, ai, 플랫폼 등 멋들어진 키워드가 잔뜩 들어있는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가 쏟아진다. 2021년 말이 되어서야 여러 매체에서 조금씩 틈을 비집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있었다. 오늘의 키워드 '코로나로 인한 의료 마비'가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을 시작했을 때 병원 출근하는 날이 기억난다. 이틀 쉬고 데이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병원 입구에서는 직원 중 한 분이 지켜서고 있었고 마스크 없이는 출입을 못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오전 5시 50분인데 벌써 출근을 하신 건지 당직근무를 하신 건지 고생하시네'라고 생각하며 나도 출근을 하러 들어갔다.
"어, 마스크 안 쓰셨는데요?"
"마스크요? 마스크... 없는데?"
"마스크 없으면 출근 못 해요. 공지 못 받으셨어요?"
"아..."
당황하며 출근을 못하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마스크 있어요?"
"저 뒤에 있어요"
그때만 해도 편의점에는 일반 마스크가 전부였고 심지어 거의 팔리지 않았는지 맨 뒤쪽 구석 전자레인지와 같이 있었다.
출근부터 어리둥절했던 이 상황이 앞으로 있을 코로나 시대의 시작이었음을 전혀 몰랐다. 병원에서는 매일 새로운 감염병 뉴스에 대처해야 했고, 환자 및 보호자의 민원이 굉장히 증가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시행된 면회 제한에서 민원은 절정을 향했다.
"여기가 수용소야 뭐야? 니들이 뭔데 얼굴을 안보여주고 난리야?"
매일 수많은 보호자를 통해 듣는 말이다. 면회 제한이 시행되는 동안 내 가족도 입원한 경험이 있어 그 답답함을 공감을 하겠으나, 온갖 욕설과 심하면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민원인은 의료진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언젠가부터 선별 진료소가 개소되었다. 인력과 장소, 자원을 지원해주는 줄 알았으나, 그냥 주차장 한켠에 컨테이너(처음엔 천막이라 굉장히 열악했다)가 지어지고 병원 직원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섰다. 문 앞에서 방문자 안내하는 직원도 한 팀에 네다섯 명, 선별 진료소 근무자도 한 팀에 네다섯 명, 감염관리팀은 업무량이 수십 배는 늘어났다. 코로나에 그 누구도 준비되지 않았던 상황인 만큼 '닥치는 대로' 해내야 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논의는 계속되어 왔으나 그 부족한 상태에서 인력 분산을 더 많이 해야 됐기에 개개인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입원 절차도 굉장히 길어졌다. 병원 입구에서는 반드시 발열체크, 방문자 기록을 해야 돼서 진료받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진료를 보고 나서 입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코로나 검사를 진행한다. 게다가 보호자 혹은 간병인은 1명으로 제한되며 그마저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고가 나서 응급실로 내원한 경우에도 코로나 검사가 필수적이며, 음성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따로 분리된 공간이 또 필요하다. 사고가 나서 아픈 환자를 혼자 이동하게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또 이송을 위한 인력으로 필요한 것이다. 환자, 보호자, 병원 모두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늘어난 절차에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있었고, 의료 마비는 사실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부터 이미 있었다는 게 현실이다. 의료진과 병원의 모든 직원들의 피로도가 해소될 틈은 지난 2년간 전혀 없었고, 사직자는 계속 생기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의료진의 희생정신을 믿고만 있다.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고만 있다.
2021년 12월 지금, 이제야 이목이 집중된 것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다. 대중들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최후의 저항선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수많은 병원의 병상은 인력난 혹은 다른 어떠한 문제로 100% 가동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은 알고 있다. 아예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코로나와 싸워서 이겨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장기전이 될수록 코로나가 점점 더 우리 삶을 장악해나갈 것이다. 지금처럼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는 것으로는 결국 줄다리기를 하다가 힘이 빠진 상태나 다름없다.
의료진, 환자, 보호자 모두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나갔지만, 당장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22년을 마주하는 게 상당히 불안하다. 비상한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오미크론 변이까지 삽시간에 확산되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이제야 겨우 언론에서 의료체계의 한계라고 얘기해주고 있는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붕괴가 현실이 되었다는 뉴스가 곧 들려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