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알아가는 중
"축하해"
꽃다운 20대 중반의 나이였을거다. 아버지에게 꽃 한다발을 선물받았다.
2015년인가...2016인가...? 연도조차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날은 우리교회의 세례식 날이었다.
본격적으로 꾸준히 교회를 다닌 시작점은 2013년 정도였다. 예배와 청년부 모두 참석하며 장기결석자와 개근상 후보 사이를 줄다리기처럼 왔다갔다 하던 시절이다.
학습과 세례.
기독교 새신자에서 정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교회출석 한 지 6개월 지난 교인'라면 학습을 받을 수 있었고 '학습을 받은 지 6개월 지난 교인'에게는 세례가 필요했다. 기독교 한 교회공동체에서 신앙이 잘 뿌리내렸다는 고백을 하고 축하받는 정례행사였다. 1년에 두번정도 있는 중요행사였는데 몇년이 지나서야 세례를 마무리했다는 걸 생각하면 '느릿느릿' 정착하고 있었나보다.
"우리교회 예배는 어때요?" 세례식이 끝나고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버지와 나는 출석교회가 달랐다. 나는 지방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권인 본가근처에서 교회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부모님과 같은교회 다니기 부담스러웠던 난 청년부가 잘 되어있다는 대형교회 이야기를 듣고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혼자 출석했었다. 그 시작점이 계속 이어지고 세례식으로 믿음의 한 경험치를 얻던 순간이었다. 활짝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손꼽히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이런순간이 올 수 있었을까, 세례식에 초대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싶다. 아버지는 먼저 다가가기 힘든존재 였다. 내면에는 표현하지 않은 사랑을 가둔채 서로가 거칠게 상처줬던 관계였다. 내 인생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감정싸움의 근원지였다.
쭈뼛쭈뼛 서먹하고 어려워서 단절하기를 밥먹듯했던 나를 아버지에게 등떠밀었던 하나님이 계셨다. 그 당시 믿음으로 전해진 전율이 있었다. 세례를 준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무한한 사랑을 알아갔다. 사랑받음을 느낄수록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결심이 커져갔다. 용서하는 지혜를 구했을 때, 좁고 모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던 손길이 있어 가능했다
도널드 밀러가 쓴 <재즈처럼 하나님은>에서 저자는 이런고백을 한다
"지금도 나는 하나님이 애초에 왜 자기를 '아버지'로 칭하셨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아버지상에 비추어, 내게 이것은 마케팅의 실수로 보인다. 자식을 버리는 아버지들이 그렇게 많은데 하나님은 어쩌자고 아버지로 자처하시는 걸까?(15P)"
사람들은 보통 신을 자신의 부모님모습과 동일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즈처럼 하나님은>에서도널드 밀러가 하나님아버지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그가 떠올린 모습도 그랬다고 한다. 어릴적 집을 나간 아버지의 모습으로 하나님을 떠올렸다고 한다. 넉살좋고 뻔뻔하게 엄마와 한침대를 쓰고싶어하는 남자를 떠올렸다고 한다
심리학에서 많이 나오는 프로이드는 어린시절의 경험이 한 개인의 성격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가정환경이 불안하면 미래의 그사람 성격과 환경까지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결혼해서 또다른 가해자가 되는 순환을 떠올린다. 가정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결혼해서 또다른 가해자가 되는 순환을 떠올린다.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케이스들이 있는 것 같다.
꽤 높은확률인거겠지.......? 많은사람들이 결혼할 때 상대방의 '가정환경'을 중요시하는 것도 프로이드의 이론에 영향을 받는 거겠지......?
신경쓰게 되는 프로이드의 이론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따라가지 않은 예외는 존재한다. 도널드 밀러는 2005년 10월 25일 <재즈처럼 하나님은>을 출판하고 나서 훨씬 후에 재밌는 자전적 에세이 <연애망치는 남자>를 출판한다
그의 가정환경도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친아버지의 공백이 존재했다. 그 결핍이 이성과의 관계를 어렵게 했음을 <재즈처럼 하나님은>에서부터 고백한다. 이성과 관계에서 '약점까지 오픈하는 친밀함'을 싫어하는 도널드작가의 솔직한 모습이 오픈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 이후 11년 뒤에 출간한 책, <연애 망치는 남자>에서 그가 하는 고백이다.
"마지막 축배를 드는 자리에서 나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 서서 벳시와 나는 서로를 완전하게 만들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얼마나 이상한 말인지 짐작하지 못했지만 하객들은 숙연한 얼굴로 내가 파혼을 선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우리 관계가 건강한 건 서로에게 터무니없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몇몇 여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지 않은 남자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벳시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나는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훗날 하나님이 우리의 가장 깊은 갈망을 채워주실 것이라고 더듬더듬 말했다(252P)"
마흔이 넘는 나이에 결혼식에서 내뱉는 소감에 진솔함이 담겨있다. 친밀함을 같은 극의 자석처럼 밀어내며 대하던 그가 오랜기간을 거쳐 변화했다. 아내 벳시와 약점을 오픈하고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공부했나보다
하나님이 갈망을 채워주실거라는 고백을 읽으며, 그가 오랜 믿음이 부르는 기적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끊임없이 자기성찰하며 글로 써내려가는 과정으로 가정환경이라는 중력을 극복했구나 싶었다.
불안했던 뿌리를 지나 계속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떠올려본다. 지금도 쌓아온 결핍에 무너지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을 알아간다. 내가 만나는 하나님은 오늘보다 내일 더 나를 자유롭게 하실 것을 믿는다. 내가 가진 하나님상은 앞으로 시시때때로 새로운 마음을 부어주심으로, 좋은방향으로 바뀔거라고 믿는다. 나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탱하실줄 믿는다.
변수로 향하는 한발자국을 열심히 내딛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