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20년 다닌 아줌마인싸 따라 해보기 프로젝트
TV에서 부라타 치즈와 무화과를 함께 먹는 장면을 봤다. 오잉?
한눈에 봐도 느끼한 것이 딱 내 취향인데, 어디서 사는 거지?
남편이 쿠팡에 주문을 하니 바로 다음 날 아침 도착했다. 와~ 좋은 세상.
남편이 코스트코 제품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봤는데 거기서도 그걸 판다며 가는 김에 사 오라고 한다.
훨씬 저렴한 것 같단다. 그럼 그렇겠지! 그런데, 몇 번을 가도 그 부라타 치즈를 살 수가 없는 거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품귀현상인가?
나처럼 TV를 보고 부라타 치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몇 번을 허탕 치다 드디어, 부라타 치즈를 발견했다.
쿠팡에서 산 것은 플라스틱 통에 네 개의 부라타 치즈가 함께 들어 있었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것은 종이 상자에 네 개의 부라타 치즈가 개별 포장이 돼 있었다.
한 상자였나? 두 상자였나? 암튼 살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한 걸 보니,
내가 그동안 허탕 친 이유를 알 거 같다.
게다가 이것은 놀랍게도 냉동식품이었다! 유통기한이 2022년 7월...
미리 사두고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그런 유제품이었던 거다! (나만 몰랐나? 하하)
나처럼 허탕 치다 운 좋게 만난 부라타 치즈가 고맙게도 유통기한이 어마어마하니
다들 한꺼번에 많이 샀던 모양이다. 이후, 갈 때마다 살 수 있는 만큼 샀다!
그동안 허탕 친 것에 대한 보복 소비라고나 할까!
언젠가부터는 수량도 제한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TV에서 누군가 냠냠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부라타 치즈를 카트에 담고 있는데,
내 옆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중년 부인과 아들이 함께 부라타 치즈 상자를 들고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고 있는 거다. 뭐지? 이 치즈를 어떻게 먹어야 하나 궁금하신 건가?
나는 또 오지랖이 발동해 뭔가 말하고 싶어서 미칠 거 같았다.
하지만 이건 큰 쇳덩이 냄비를 사는 분에게 이거 쓰다가 손목 나가요... 조언해 드리는 것과는
뭔가 느낌이 다르단 말이다. 아들이 휴대폰을 꺼내 뭔가 검색한다.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돌아섰다.
"참느라 힘들었지? 잘했어 지원아."
어쨌든 부라타 치즈는 아직 조금 낯설지만, 점점 익숙한 식재료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보복 소비로 잔뜩 사둔 부라타 치즈가 우리 집 냉동고에 가득하다! 하하하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 아침에는 냉동고를 열어 땡땡 언 부라타 치즈 두통을 냉장실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저녁 식탁을 차릴 때, 꺼내면 살짝 녹아 있다.
치즈 주변에 아직 녹지 않고 붙어 있는 얼음을 떼어내고 뜨겁지 않은 따듯한 물에 담가 찬기를 빼준다.
그리고 토마토를 잘라 접시에 담고 부라타 치즈를 올린다.
정말 예쁘다. 누구라도 미소 짓게 될 거다! 이 맛에 내가 또 밥을 하지... 하면서.
연어를 좋아하는 우리 집 막내, 곰이 이걸 또 그렇게 좋아한다.
마지막에 토마토 국물에 발사믹, 올리브유 그리고 치즈 부스러기가 섞인 진액은
항상 곰이 후루룩 마신다.
"엄마 짱 맛있어!!!"
나는 토마토보다는 무화과와 부라타 치즈가 더 맛있는데, 11월까지 기다리려면 한참 남았다.
행복이 별 건가... 97세 우리 할머니, 맨날 나한테 글 쓰느라 골 패지 말고
애 안고 한숨 자라, 애 데리고 목욕 가라, 하신 말씀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거 같다.
지난여름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