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는 없지만 신파도 없어서, 연기와 액션이 살린, 나름 만족한 영화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영화, [다만,악에서 구하소서]를 본 짧은 후기이자 관람평이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한국영화는 '군함도' 였다. 아직 영화를 보는 눈이 미성숙하고, 영화의 기법이나 연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러운 감정을 짜내는 서사와 연출에 실망했었다. 나중에 영화 리뷰등을 찾아보고 좀 더 많은 한국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내가 느낀 부자연스러운 감정을 '신파'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에 접한 다양한 한국 영화들은 판도라, 백두산 등 개연성 없는 서사와 신파가 만나 영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떨어 뜨려 실망감만 들게 한 영화들이 다수였다. 이후에 '신파' 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 한동안 한국영화를 보는 것을 피하기도 했었다.
최근 극장가에서 반도, 강철비2 등 한국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고 슬슬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나는가 싶어 영화관을 찾았다. 상영 중이던 세편의 메이저 한국 영화 중 자연스럽게 황정민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눈에 들어와 가장 가까운 시간에 예약을 잡아 영화를 관람했다.
강동원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영화보는 눈이 좋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서 [반도]는 부담스러웠고 (군도의 충격)..., [강철비2]는 [강철비1]을 다시 한번 보고 관람하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감과 확실한 액션이 장점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끝까지 가는 황정민 배우의 '김인남' 과 이정재 배우의 '레이'는 연기측면에서는 최고였고 특히 이정재 배우의 '레이'의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은 관람객을 압도하기게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액션도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역동성과 속도감을 지니면서도 화면이 깨지지 않는, 수준급의 액션을 선보였다. 물론 종종 나오는 부담스러운 슬로우 모션은 단점일수도 있다. 직접적인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영화의 액션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원빈 주연의 [아저씨]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윅]이 떠올랐다는 점에서 액션영화로서는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영화 도중에 신파적 요소가 더욱 심화될 여지가 많았음에도 자제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점 역시 영화의 작품성을 조금은 높였다고 생각한다. 올라오는 감정을 조절하며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황정민의 연기는 신파의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다른 한국 영화들보다 감정이입과 상황몰입이 잘 되었다.
단점은 너무도 단편적인 스토리였다. 테이큰, 아저씨, 존윅을 짬뽕한 스토리는 영화가 시작한 순간부터 결말이 뻔히 예상되어 작중 이정재 배우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잖아" 라는 대사에서 나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물론 액션영화에 너무 많은 서사를 기대한다거나,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존윅]처럼 방대한 세계관을 지녔거나, 시공간을 제약시켜 긴장감을 높인 [커뮤터] 등 수준 높은 액션영화가 많이 극장가를 거쳐갔고 그에 따라 기대감이 높아진 관객들을 대작들과 비슷한 플롯 만으로는 만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영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박정민 배우의 '유이' 덕분에 끊임없이 웃었다. 박정민 배우는 내가 영화 [동주]를 보고 나서 특유의 연기력에 빠진 상황이어서 영화에 박정민 배우가 등장한다는 점도 영화를 고른 이유가 되었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나서까지 누가 박정민인지 몰랐다.... 아니 진짜 몰랐다고... 분장이랑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야 박정민이라는 생각이 안났어...!
개인적으로 돈이 아까운 영화는 아니었다. 과도하지 않은 액션과 수준급의 연기, 웃음포인트 까지 액션오락영화의 3박자 모두 다 갖춘 무난한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