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덕소덕 : 소심한 덕후들의 소소한 덕질 라이프 6화
팟캐스트 6화는 여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여고추리반>을 처음 알게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다름 아닌 티빙의 인스타그램 홍보 때문이었습니다. 흔한 인스타그램 광고 때문이었냐고요? 아닙니다. 여고추리반은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서 방탈출 게임, 추리 게임을 적용해 풀어가게 하고, 예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줌과 동시에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른바 <여고추리반 신입부원 추리력 테스트>라고 명명했죠. 저는 인스타그램 홍보로 진행된 그 추리력 테스트에 실제로 참여했었고, 그 계기로 여고추리반이라는 추리 미스터리 예능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홍보가 이전에도 있었을까요?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활용하기도 하고, 태그나 이미지를 나눠올리는 것을 활용하기도 하며 추리 게임을 SNS 상에 구현해놓아, SNS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은 MZ세대를 노린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방영 예정의 프로그램이 있고, 댓글이나 공유로 이벤트에 참여하라는 것이 아닌, 비밀리에 숨겨진 가입신청서를 적극적으로 찾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특별히는 MZ세대에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저는 이 예능 <여고추리반>이 방영된 플랫폼이 공중파나 케이블이 아닌 티빙 오리지널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의 OTT 시장에서는 콘텐츠의 확보가 중요하고, 특별히 그 OTT 시장에서 플랫폼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가진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플랫폼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티빙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티빙 오리지널의 첫 포문을 연 것이 바로 <여고추리반>이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이기에 <여고추리반>은 tvN 방송에서는 볼 수 없고, 따로 결제를 해서 티빙 어플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예능입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여고추리반>은 티빙 오리지널 결제를 해서 볼 수 있는 주된 타겟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바로 MZ세대죠. 저만해도 콘텐츠에 나가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OTT 서비스를 하나만 구독하고 있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면 기꺼이 새로운 OTT 서비스에 정기적으로 돈을 바치며 충성하는 소비자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MZ세대가 콘텐츠에 대해서는 해비 유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만 해도 넷플릭스나 왓챠에 매달마다 결제하며 콘텐츠 소비를 하는 친구들이 넘쳐나거든요.
저는 그렇게 기획된 <여고추리반>이 주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인 MZ세대에 맞게 기획 및 제작되고 홍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인스타그램 홍보도 그중 하나고요. 몇 가지 주제로 <여고추리반>을 뜯어보며 주된 타켓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었는지 그 매력요소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제작진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네요. 스타 PD로 너무나 유명한 정종연 PD를 필두로 제작된 <여고추리반>은 대탈출로 다져진, 누구보다 진심인 제작진의 피땀눈물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에피소드 별로 제작된 대탈출과는 달리, <여고추리반>은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세라여고'라는 큰 장소 안에서 추리반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펼쳐가는 추리 이야기는 회차를 거듭할 수록 초반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만듭니다.
정종연 PD의 말로는 <여고추리반>에는 <대탈출>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카메라가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출연자의 동선이 대탈출보다 훨씬 자유롭고, 어디에 어떻게, 어느 때에 갈지 모르기 때문에 그만큼 되도록 모든 장소에 카메라를 배치한 것이라고 했죠. (정말 누구보다 진심인 것은 제작진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입단속을 하고, 출연자들이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추리를 하며 발견한 세라여고 특정 인물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계정을 실제로 만들어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그를 통해 시청자들도 적극적으로 '세라여고' 속의 미스터리 속으로 '과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방송 직후 해당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팔로우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런 세세한 디테일도 진심으로 신경쓰는 제작진 덕에 더욱 그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누구보다 경쟁해 'S반'에 들어가려고 하는 대부분의 세라여고 학생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은 조금은 걱정 없어보이고 대책 없어보이는 전학생 5명의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대책 없어 보이는 전학생들로 구성된 추리반의 활약을 통해 세라여고의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게 되고, 학생들을 위협하는 위험을 해결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히어로물보다 더 히어로 같았습니다
누구보다 경쟁하던 학생들, 그리고 전학생들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학생들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초인류'를 만들고자 했던 '초인류연구회' 소속의 선생들과 닮아 있습니다. (물론 같다고 할 순 없겠죠. 그들은 개트레쉬니까요. ㅎ) 그런 그들을 결국 위험에서 벗어나게 도왔던 건 음지에 있었던 무시받고 홀대받던 추리반이었죠.
학교에 깊게 드리운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빛났던 건 다른 어떤 것보다 출연진들끼리의 적절한 협력과 각자의 역할이었습니다. 다섯 명의 출연자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자연스레 맡게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전체적인 리더인 박지윤, 브레인 재재, 탱커이자 유머 담당 장도연, 돌격대장이자 창의력 담당인 비비, 그리고 귀여움 담당, 당 보충 담당인 예나까지 모두가요. 어느 한 명도 민폐거나 겉도는 출연자가 없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런 '팀플'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팀원들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각자 해본 팀플만 생각해도 그렇지 않나요? 어딜가나 빌런이, 무임승차자가 생기는 것이 바로 팀플 아닙니까. 그럼에도 이 적절한 출연자들의 평화로운 팀플은 불편함 없이 마음껏 세라여고의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추리반 멤버들은 사건을 추리하고 증거를 발견하며 지분 싸움을 하기보다는 빨리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분담하고, 머리를 맞대고 행동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시청자로 더 추리반의 추리해가는 과정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