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e paris' 일명 코파리
"머무는 도시에서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향수를 사서 여행 내내 그걸 뿌리고 다녀, 그러면 어느 날 그 향을 맡을 때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거기에 다시 가 있는 느낌이야."
위 글을 보고 대학생 때 파리 여행에서 당시 주머니 사정과 맞지 않은 아주 비싼 향수를 구매 한 경험이 있었다.
파리에서 향수를 구매하기 위해 다양하게 서칭을 하던 중 'nose paris' / 일명 '코파리'라고 불리는 한 향수 편집숍을 알게 되었다. 마침 또 근처에 가게가 있던 터라 빠르게 찾아가 향수 추천 서비스를 이용해 본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처음 태블릿 피씨를 전달받으면 그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들을 고르게 하는데, 정말 다양한 브랜드의 향수들이 있어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브랜드 제품이었다면 대부분의 제품이 등록되어 있어 선택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3~5가지 향수를 고르면 그 향에 공통적인 부분 (노트?)를 뽑아내 매장에서 취급 중인 몇 가지 향수를 추천해준다.
그럼 그 향수를 그 자리에서 들고 와 시향 하여 다시 -5~5점까지의 점수를 측정하고 점수에 맞게 또 새로운 향수를 추천 -> 재평가 -> 추천 이런 식으로 2~3번을 반복하고 최종적으로 나에게 맞는 향수를 고르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단연 코가 피로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바 형태의 자리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물도 마시고 옆에 비치해둔 커피콩 향도 맡으며 여유 있게 테스트를 마칠 수 있다.
위 서비스가 너무 좋게 느껴졌던터라 한국으로 돌아와서 멋모르던 대학생의 열정으로 잠시 해당 서비스로 창업을 생각하기도 했었고, 또 시간이 지나서는 유사한 서비스(협업 필터링 시스템을 이용한 향수 추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파펨이라는 업체의 대표님에게 연락을 하여 학생의 신분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볼 정도로 관심이 컸었다.
그 당시 아직 국내에는 향수 추천 서비스가 이렇게 프로세스화 되어있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엄청 혁신적으로 느껴졌었던 것 같다. 서비스를 모두 진행해보니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긴 시간 정성스럽게 시향 테스트를 도와주는 친절함에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으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의외의(?) 마케팅 효과도 생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브랜드 업체의 제품들을 자료로 활용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확실한 건 아직까지도 자신만의 향을 찾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