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미술관 옆 동물원]
“사랑이라는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건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릴 수 있는 것인 줄은 몰랐어.”
가을볕이 포근하게 단풍 사이로 드리우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미술관 옆 동물원]입니다. 어릴 적 제 눈에 가장 예뻐 보였던 심은하 배우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푹 빠져버렸던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춘희와 철수, 그들이 쓰는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 인공과 다혜. 액자식 구성으로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에 빗대어 주인공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스영화로 가을이라는 계절에 때 아닌 설렘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90년대의 다듬어지지 않은 가치관이나 요즘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 부분을 잘 지나가면 어느새 두 사람의 일상과 소소한 대화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변화에 빠져들며 점점 서로를 향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응원하게 됩니다.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의 테마곡인 이 곡은 사실 저와 같은 동시대를 지나오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아는 옛날 예능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의 BGM으로 더욱 유명하죠. 이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로 이사를 가거나 새롭게 꾸민 집을 보여줄 때 누구나 입에서 ‘따라라라라~’를 흥얼거리며 입장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서울랜드의 울창한 단풍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시나리오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영화의 주된 배경인 미술관 옆에 동물원이 있는 과천 서울랜드와 남산자락에 있는 동네는 여전히 운치가 있습니다. 특히 이 가을에는 더욱이요.
철수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춘희의 대사처럼 서서히 물드는 마음을 감각하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OST를 들으며 멋진 단풍으로 물든 서울랜드 단풍길과 남산의 소월로를 거닐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