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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즌졍 Jan 26. 2020

매일 고양이를 무는 이유

[Essay] 두려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라서 그렇습니다.

글은 마감이 쓰는 거라고, 김영하 작가가 말했던 거 같다. 사실 김영하 작가 말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나. 시험공부는 시험 전날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플랭크를 한다. 플랭크를 하며 떠올린다. 아이유를. 독한 년이라고 욕하면서.


궁지에 몰리지 않으면 고양이를 물지 못하는 나약한 쥐가 나다. 그래서 일부러 고양이 데리고 궁지로 간다. 그냥 아무데서나 마치 궁지인 것처럼 생각하고 고양이를 물어버리면 되는데. 궁지에서 무나 여기서 무나 결국 무는 거 똑같으면서. 근데 그게 참 안된다. 몰아세우고 몰아세워서. 무섭고 겁나서 눈물 찔끔찔끔 지리지 않고서는 못하겠다.


아이유를. 독한 년이라고 욕하면서.


유도하는 초등학생을 응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았다. 죽어라 달려드는 상대 선수를 온몸에 힘이란 힘은 다 줘가면서 받아내고 버텨내는걸. 그냥 포기해서 지면 편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온 힘을 다했고, 이겼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후보자 토론 직전, 두려움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녀를 보았다. 나는 충분히 용감하다. 투표 결과를 알기 두려워 도망치고 싶지만, 계속해서 걸어가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이겼다.


터미네이터를 봤다. Nobody 였던 그녀는 세상이 떠밀자 인류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었다. 로봇 암에게 일자리를 뺏긴 동생을 위해 상사에게 따지던 그녀는 로봇에게 죽어가는 인류를 위해 그들을 이끌었다. 그녀는 이길 것이다.


나는 충분히 용감하다.


아이유가 효리네 민박에 나왔어서 그런 듯하다. 매일 5분씩 플랭크를 한다고. 난 1분만 넘어가면 포기하고 싶다. 아직도 5분을 못한다. 그래서 그녀가 바비인형이 되어 내는 노래마다 1등을 하고 하는 드라마마다 인기가 좋은 게 아닐까 싶다.


질투심 때문이 아니어도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질투는 나고, 이기고 싶다. 나는 바비인형도 안될 거고, 노래도 안 할 거고, 연기도 안 할 거지만, 이기고 싶다. 그렇다고 그녀가 진다는 건 아니다. 그녀도 이길 거다. 계속해서. 나의 질투가 멈추지 않도록. 그리고 나도 이길 거다. 나는 충분히 용감하니까.


이제 고양이 발 잡고 궁지까지 기어가는 일 그만하고 싶다. 그러려면 오늘도 플랭크를 해야겠다. 오늘은 3분 30초 버텨봐야지. 그러면 언젠가 나도 5분 하겠지. 조급하진 않을 거다. 그렇다고 느긋하지도 않을 거다. 내일도 달릴 수 있을 만큼만. 그만큼만 버겁게. 감당해볼 거다. 나도 충분히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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