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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즌졍 May 17. 2020

실패를 직감하지만 포기 않는 이유

[Essay] 빨리 질리긴 해도 한다면 합니다.

정부 지원사업에 두 번 도전했는데 다 서류에서 떨어졌다. 투자 지원을 두 번 신청했는데 다 서류에서 떨어졌다. 지인들에게 사업계획서 피드백을 부탁했더니 두 가지 방식으로 피드백이 돌아왔다. 하나, 내용 상으로 어색한 것들이 이거 저거 있더라. 둘, 사업 아이템 자체가 괜찮은지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듯하다. 사업 아이템도 별론데 내용도 이러저러한 것들이 별로더라. 그니까 별로라는 거지. 내 마음속의 별로 말고 진짜 별로.


내 마음속의 별로 말고 진짜 별로.


처음에는 우리의 사업 아이템이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떨어지기도 하고, 지인들 반응이나 이야기도 계속 듣다 보니, 결국 성공하긴 어려울 듯 하긴 하다. 크크크크.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해리포터도 출판되기 전까지 계속 오만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하지 않았나. 그러다가 한 편집자의 자녀들이 우연히 해리포터 원고를 읽고선 그 편집자에게 뛰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 그렇게 해리포터가 세상에 나왔고 지금 우리 모두 해리포터를 알지 않는가. 내 사업 아이템이라고 해서 아닐 거란 건 뭐람? 안 그래?


난 골인지점이 명확하면 거기까지는 잘 달린다.


그리고 최근 나 뭐 하나 끝까지 한 적이 없다. 원래 잘 질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뭐 하나 한다고 하면 끝은 봤다고 자부하는데. 난 골인지점이 명확하면 거기까지는 잘 달린다. 골인지점이 멀거나 가깝거나는 상관없다. 그냥 있기만 하면 아무리 지루하고 힘들어도 간다. 내가 금방 그만두는 경우는 단 하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작년에 회사를 3번이나 그만둔 이유도 다 골인지점 때문이다. 첫 번째 직장의 골인 지점은 1년이었다. 그래서 3월 21일에 입사해서 3월 20일에 퇴사한 거다. 두 번째 회사는 골인 지점이 없었다. 연봉이 꽤 괜찮아서 3년만 다녀볼까 했는데, 딱히 굳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 거지. 그래서 그냥 빨리 그만뒀다. 세 번째 회사도 마찬가지. 연봉은 별로였지만 사업 분야가 괜찮다 생각해서 이 회사가 해외 진출할 때까지만 해보자 했는데, 그 해외 진출이 언제일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그만뒀다. 지지부진해지는 거 딱 질색.


내가 1년 만에 그만둬서 내 사업 아이템이 해리포터였는지도 몰라버리면 어떡해.


그래서 지금 골인 지점 제대로 만들려고 엄청 노력 중이다. 일단 우리는 지금 1년이다. 딱 1년만 제대로 해볼 거다. 1년 동안 책도 만들고, 웹 서비스도 만들고, 앱 서비스도 만들 거다. 딱 그렇게 해본 다음에, 그다음에 계속할지 말지 고민해보겠다. 같이 사업하고 있는 친구는 아직 모르지만, 사실 속으로는 2년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크크. 그냥 통장 잔고 0원 될 때까지만 해보고 싶다. 내 사업 아이템이 해리포터였는데, 내가 1년 만에 그만둬서 해리포터였는지도 몰라버리면 어떡해. 그치?


지인들의 피드백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고 감지덕지이다. 하지만, 난 진짜 고객과 시장을 더 믿는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시장에 우리를 내보일 수 있게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겠다. 그랬는데도 망하면, 망하겠다. 그러고 다른 거 하겠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건 넘쳐나고 할 일은 터져 나니까. 잘 죽을 수 있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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