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권혁웅의 스파이더맨처럼, 헐크.내외로움활용법11

아마도 이걸로 한동안 마지막같은 모작시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스파이더맨 / 권혁웅



1.

거미인간에 관해 말하자 넓은 마당의 위아래, 전후좌우, 동서남북을 샅샅이 훑던 그의 거미손에는 걸리지 않는 게 없었다 그가 손바닥을 펴면 문짝, 신문지, 고장난 석유난로, 콜라병 같은 게 손에 와서 척척 붙었다 동그랗게 부풀어오른 리어카를 끌고 그는 수도 없이 골목을 오르내렸다



2.

넓은 마당은 방사형으로 가지를 친 수많은 길과 골목의 중심이다 거기서 동쪽 능선을 넘어가면 보문사가, 남쪽 고갯마루를 타넘으면 배성여상이, 서쪽 산정에 오르면 낙산 아파트가 나온다 북쪽 길로 내려가면 삼선초등학교다 거기에 수많은 골목과 골목이 들러붙어 새끼를 쳤다



3.

사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이는 인자(仁子)다 건너편 등성이에 사는 성신여중 학생이다 좁다란 시멘트 길을 걸어 올라가던 그 아이의 씰루엣을 이쪽 건너편에서 볼 때마다, 나는 거미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를 따라 리어카를 따라 소녀의 집까지 가보고 싶었다 다족류(多足類)의 발 하나를 거기 걸쳐두고 싶었다



4.

거미인간은 넓은 마당 한구석에 모아온 것들을 쌓아두었다 그 아이를 고치처럼 둘둘 말아 종이뭉치와 고철더미와 나무토막 옆에 두었다 이십년 동안 모아두었다 이십년 동안 소녀는 나처럼 낡아갔을까 거기서 방문을 드나들고 폐지를 학교에 내고 난로를 쬐고 콜라를 마셨을까



5.

모든 길은 넓은 마당으로 모이고 넓은 마당에서 갈라졌다 우리는 골목에서 태어나 넓은 마당으로 갔다 우리는 거기서 걸렸다 거미인간만이 보문사와 낙산을, 배성여상과 삼선초등학교를, 나와 인자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는 자유인이고 독재자였다 그의 많은 재산 가운데 약간을 대출받아 이렇게 쓴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최백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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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한동안 마지막 모작시.


설 부터는 이제 새로운 만화철학 에세이를.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미래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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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아니 황태자는 토막난 소주병처럼 . 내 외로움 활용법 11
-Beethoven symphony no.3 song for prince IS


1.
녹색 괴력인간에 대해 말하자 넓은 캠퍼스 도서관의 동서남북을 샅샅이 훑던 그의 푸른 손아귀에는 잡히지 못하는 책이 없었다 그가 손바닥을 펴면 니체 오스카와일드 장하준 맨큐 권혁웅 진은영 같은 책들이 손에서 마구 쏟아져내렸다 자기 키보다 높이 19층 목조탑을 팔에 지고서 그는 수도 없이 흑석동 언덕과 문학동인 마을회관을 오르내리며 힘을 썼다

2.
흑석동은 대한민국 세계의 중심이다 북쪽 강을 넘어가면 가난해서 높이높이 올라간 내 친구의 용산, 남쪽 고갯마루를 타넘으면 서울대 엉덩이도서관 친구들, 서쪽 언덕을 오르내려 노량진 컵밥 빨리먹기 내기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동쪽은 서초 강남이다 거기에 수많은 친구와 친구가 들러붙어 새끼를 쳤다. 그는 불러주면 어디든 힘을 빌려줬지만 아무도, 좋아하진 않았다

3.
사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이는 황태자다 인천바다 건너온 말과 행동에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고귀함이 흐르는 아이. 아무도 치우지 않는 지진과 전쟁에 무너진 마을회관의 잔해를 분노의 힘으로 치워내고 다시 기둥을 세우던 그 아이의 녹색 씰루엣을 이쪽 건너편에서 볼 때마다, 나는 괴력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를 따라 황태자를 따라 세계의 끝까지 흉내나마 내고 싶었다. 내 피부가 녹색으로 물들지라도

4.
괴력인간은 다시 세운 마을회관 앞마당에 황태자 모습일때 사람들에게 선물받은 것들을 쌓아두었다 사람들은 녹색괴물을 욕하면서 그 놈 때문에 허구헌날 전쟁이라고 황태자님 수고하신다며 선물을 하나씩 가져갔다 28년동안. 스물 여덟 해 동안 아이도 나처럼 낡아갔을까 거기서 새벽엔 맥도날드 라이더 낮엔 과제 팀플 일기당천 밤엔 출동했다가 돌아오면 홀로 불면에 시달리다 소주 반 병을 마셨을까 이제는 깨진 병마냥 힘겨워 떠나버

5.
황태자이자 녹색괴물을 흠모한지 오래되었다 그는 항상 화가 나있기에 참아냈고 넘나들었다 그는 히틀러이자 석가모니였다 그의 많은 유산 가운데 약간을 상속받아 짧은 헌정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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