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의 향기로운 분식집. 내 외로움활용법13
시를 썼던 기억 선물했던 기억 산책하기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16. 2020
나의 향기로운 분식집. 내 외로움 활용법 13
-Blessing world editon song for sj. Thanks
향기로운 천 원으로 담배 한 갑 넣어주고
새장 속 앵무새마냥 넌 날 닮아 머리가 좋다고 심장조이는 칭찬을 피해 달아나면
공부 안하면 자기처럼 사는게 힘들다고 악을 쓰던 아버지에게
동네 친구, 그 애의 손을 잡고 중학교 정문의 제일 싼 리니지 피시방으로 달아날 때
유비 현덕 형님소식을 찾아 관문 다섯 개를 홀로 부숴버리며 천리를 내달아
휘날리던 수염을 뽐내며 내 목덜미를 잡아챈 미염공 우리 아버지에게
책보는척 만화보다 게임보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도
"이놈아, 그게 네 새로운 농땡이 뺑끼짓이냐"
장팔사모와 부딪친 청룡언월도마냥 날카롭게 울리던
그렇게 뚜들겨대는 와중에도 놓지 못한 무언가들
"나는 정말 이 만화랑 게임이 없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공자맹자 식으로 말해서 내 안의 호연지기를 깨워주신 유교의 거장 같은 우리 아버지에게
돈도 많고 인기도 많은 우리 경영대의 마돈나 누나와 사귀어보겠다고
내 앞에서 네가 울 때 동기들 선배들보다 더 악쓰며 반대했던 나에게
"너는 이 세상 최고 속물이야, 그럴 거면서 내 생일 때 <신경림 농무 시집>은 왜 물려주었니?"
내가 읽다가 재미없어서 선물로 준 그 시집을
너덜거리는 낱장으로 고이 간직했던 지금은 번호모르는 경영학과 동기, 아니 친구에게
"너가 잘 되버리면, 누나랑 내가 잘 못되니까 무서우니까."
하지 못한 말이 옛날에 책사이 숨겨둔 비상금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나를 괴롭혔지
엄밀한 칸트와 니체의 철학에 대해 온갖 책을 뒤져서 다 잘난척 개그때마다 써먹고서
이제 와 기억하는 건
해설서에서 고병권 씨가 니체적 삶의 예로 든 것처럼 신체가 위장이 튼튼해야...
그 위장조차도 혹시 ... 위장?
시인 진은영 누님이었나 언젠가 말한 것처럼
볼 수 없는 위장의 색깔을 위장하는게 시 일려나, 오직 그 색이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나의 향기로운 분식집을 보여드립니다
십 년 만에 지하철 출근길서 만났더니 넌 스무살때부터 십년이나 고시원에서 버텨내는구나, 하며 비웃음인지 부러움인지 모를 미소를 짓던 내 첫사랑, 친구의 아내에게
이 악의 없이도 나쁜 년아, 넌 아비가 혼수로 준비해준 골프장의 안방마님으로 살면서
하긴, 내가 너의 지갑만큼 풍부한 백치미를 좋아... 아니아니 사랑했었다. 네 입술로 불어넣어 내 한평 반짜리 관에 잠시나마 흘렀던 그 생의 온기들. 소중했던
고등학교 졸업하고 교대간다고 속이고 열달간 좀비처럼 다니던 동성로 청솔 재수학원
또다른 임대건물로 재건축되어 그 흔적을 다시 찾아갈 수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신들을 부르며 죽어가며 또 새끼를 낳았을 온갖 벌레들.
"그때 네가 그냥 대구교대 갔으면 지금 몇 호봉이냐" 아직도 뱃속에서 죽은 자식 나이 세듯
세어보시는 어머니, 얼마나 좋으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세무사 회계사 자격증시험 준비해서 돈 벌어서 우리도 수성구 황금동 아파트 가면, 아니면 칠곡 실버타운 아파트라도 들어가면, 여전히 아이처럼 조르시는 나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향기로운 분식집을 보여드립니다
잔뜩 말아놓은 김밥들 참기름내음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보아요 좋아요 첫째는 역시 밥심이죠
매코옴한 떡볶이도 뜨뜻한 오뎅도 섭해하니 어서어서 맛보여드립니다 비빔국수도 새콤하죠
내 떡 니 떡이 어딨겠어요 맛보는 사람이 시장한 사람이 임자인게 한국 인심이죠
이 분식들 배달나가면 곧장 식어버려 나갈 수도 없어 은평 응암동 여기서만, 맛보여드립니다
금융학의 대가인 당신들이 손을 뻗어 사랑하는
나의 천부적인 금전감각 제로를
반듯이 차려놓아도 자꾸만 서로서로 들러붙는 뜨거운 떡볶이들
낡은 외상장부엔 419 당시의 회색인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명단과 이상문학상 단편소설집과 , 김수영 이성복 오래된 시인들과
땀과 바람소리 따위만 적혀 있다
여보세요, 아직 따땃한 떡볶이 오뎅 김밥들 분식용사들이여
배고픈 분들을 찾아 얼른 떠나세요. 매미들이 정신놓고 울어대는 내 생애의 가을즈음에
다들, 풍년이라고 자기 집에서 쌀밥에 고기국 먹다가도 살금살금... 응암동 분식집의 향기에
그득히 발길들이 모여드니 고마...
서른 하나 나에게 요리할 주방과 기회를 주어서 너무나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