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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Sep 13. 2020

습작시-나는 포기한다. 노예무역도 인도항로도

용기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나는 포기한다. 노예무역인도항로도.


 - 뚱냥조커 이상하



누구나 자기 인생의 조타수라 했던가.

허나 현실은 폭풍 앞에서 늠름히 키를 잡기보다는

그저 갑판아래 노를 젓는 갤리선 노예이거나

아니면 아무도 말을 듣지않는 외팔이 선장이거나



선장! 후추와 보물로 가득한 인도로 출항해서

희망봉이 지척인데 어찌 포기한다 하십니까?

노예여. 이미 괴혈병과 쥐떼의 기운이

선창에 만연하여 동료들 하나 둘 쓰러져가누나.



조타수는 갈팡질팡 고개를 저으며 별을 본다.

해무와 먹구름으로 가득하여 북극성마저 흐릿하다

럼주를 마시다 퉤 쓰레기통에 토한다.

망친속 달래려 선장몰래 과자상자를 훔친다.



가장 어두운 새벽 바다의 꾸벅꾸벅 파수꾼

슬슬 돛을 다시 펴야 하는 시간이 오는데

시간보다 먼저 바람이 온다 무풍의 정적이.

해구의 크라켄이 붉은 눈을 뜬다 촉수를 편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항해였던가

팔리지 못한 노예들은 이제 해구에서 편히 쉬는가

사들이지 못한 인도 후추들은 고향에서 숨 쉬는가

선장도 노예도 조타수도 그저 대양에 잠들었다네



포기도 용기가 될 수 있는가

술병에 넣은 항해일지의 마지막 페이지가

무인도의 해변가에 당도한다면 답신을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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