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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Nov 01. 2020

(마감후기)서른 너머 수능 전날은 언 니힐리즘으로

가을방학이 아무튼 끝났다. 올해가 끝나간다



바람이 차가워진다 살짝 겨울의 냄새를 풍긴다


10년도 더 전에 수능을 치고 먹었던 떡볶이 냄새를






마음이 눅눅해졌다 글쟁이로서 올 한해가 아니라


10년 넘게 떠나보내면서 뭐가 나아진지 몰라서.





때때로 이 허기진 마음을 달래러 라면 두 개에


계란도 두 개나 넣는 사치에도 적잖이 적적해진다




그래서 길냥이들에게 애정을 갈구해본다


추르가 아니라 날 좀 봐달라고. 이 헛헛한 마음을





하지만 어찌나 사람같은지 내 물건만 원하고


나는 거절당하기 일쑤다. 어디로 또 가야하나





다행히도 홍대 앞 어느 카페엔 천사가 산다.


나에게 가까이 와주고 놀아주고 핥아주는 천사. 언니




종종 삶에 대한 바닥없는 회의감이 나를 휩쓸


언니는 회복마법을 써준다. Un-nihilism이랄까






내가 이렇게 멀리 카페에 있어도 널 지켜볼테니


언니가 있으니 니힐리즘,허무주의에 지지말라고








덕분에 올해도 도망치지 못했다. 아무튼 끝냈다.


열아홉 시절 수능 전날에 벼락치기가 무용하듯이


서른 너머 글 마감도 사실 그러할테니. 마감.






별로 대단한 무엇도 쓰지 못했고 퇴고도 충분치 않다는 무력감에 어제 아에 작가라는 인생의 업에서 도망가고픈 밤이었지만, 내가 떠놓은 물을 훔쳐 마시려는 언니를 보며 힘내보았다. 올해 내내 고마워요 언니.


내년에도 부탁해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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