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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Dec 06. 2020

하늘에서 축구공을 슈팅할 두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겨울 칼바람이 이불 안에 숨겨둔 심장조차 후벼들려고 날뛰는 밤.


 밥 딜런의 노래처럼 혹시


바람은 알고 있을까요 세상에 대해서 인생을


테스형도 자기 자신을 모른다던데 세상은 어찌



며칠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가슴아픈 큰 소식이 있었습니다.



 마라도나의 플레이를 라이브로 본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지만, 축구에 막 관심가지기 시작한 중딩시절 점심시간에 풀백으로 뛰어다닐 때부터 나는 마라도나의 축구를 티비에서 보았습니다.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은 물론이고 월드컵에서 영국 선수 6명을 돌파하고 골을 넣은 환상적인 플레이 등등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고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봐도 무방했었죠. 그런 그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하니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주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Rip


그리고 또 한 명의 너무나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의 닉네임은 조던HD. 아프리카나 카카오팟으로 해외축구와 케이리그를 시청해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가본적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기억도 나지 않는 그저 스쳐나간 흔하고 흔한 스트리머 유튜버 중에 한 명일지도 모르지요. 그치만 그를 따라 저도 모르게 4 5년간 같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다가 리버풀 팬이 되어버린 저로서는 그의 별세가 결코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네요.



 처음에는 그저 흔한 한국인처럼 토트넘에서 뛴다는 흥민이 경기를 보기위해 카카오 티비에서 중계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갔고, 5년 전에는 사실 비웃음거리 조롱거리 그 자체였던 지구 반대편 리버풀을 그가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을 신기해하며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오랜만에 다시 만난 대구 친구 하나도 리버풀을 응원한다길래 같이 축구보면서 이아기하기에도 적합했지요. 그리고 그렇게 2년 3년을 보다보니 신기하게도 클롭 감독하에서 리버풀은 매년 강해졌고, 마침내 저는 조던님과 같이 나도 모르게 이번에는 제발 리버풀 우승!!! 을 채팅창에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89년 이후 무려 30년만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해냈지요. 유럽 컵 대회의 황제로서 너무나 화려했기에 '붉은 제국'이라 불리던 80년대 이후로 내내 리그 우승을 못하며 전세계적으로 리버풀과 영원한 주장 제라드는 놀림감이었고 팬들도 덩달아 욕을 먹었지만, 마침내 그들과 그 팬들은 해냈습니다. 너무나 기뻐하며 방송중에 눈물을 흘리던 조던님의 방송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지난주만 하더라도 조던님과 함께 새벽의 유럽축구를 외롭지 않게 웃으며 즐겼는데... 오늘 새벽 축구 커뮤에서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대체 무슨 일이...





하늘에서 마라도나와 만나셨나요 조던님.


거기 축구공은 어떤가요 거기서도 리버풀 경기는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보고 계신가요...


카카오팟에서 이제 축구 라이브 중계도 중단되어서


입중계 하시니까 이전보다 덜 찾아갔는데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예전에 카카오톡 친구 추가해둔 방이 생각나서 1년만에 다시 찾아봤네요. 조던형. 연말이라 이제 새해엔 단톡방 정리도 해야하는데 이 채팅방은 나갈수가 없네요... 부디. 그저 부디...




펀히 쉬소서... 마라도나와 조던형.



축구를 사랑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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