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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Nov 29. 2020

우주가 잠시 꺼졌다. 그리고 진짜 보물찾기가...

보물지도가 없어야 진짜 보물찾기 시작이다.




친구 또는 웬수가 인스타에서 핫하다는 그 맥주


곰맥주가 궁금하다며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2030 만큼이나 편의점도 많은 우리 동네 홍대앞


나는 편의점 순례를 떠다녔네 맥주 십자군으로서.





세상에 맥주종류 이리도 많았던가 눈알이 흔들리네


허나 내가 찾는 그 곰탱이 맥주만 보이질 않네


스무고개 놀이하듯 스무 군데를 다녔는데


오직 그 곰새끼만 어디도 그림자조차 풍기지 않네




동네를 돌아다니다 이웃 동네 편의점도 원정오니


이웃길가 대장냥이들 지붕서 근엄히 지켜보시네


장례희망 고양이확대범으로서 지나칠 수 없기에


손에 호호 입김불어 폰 카메라 꺼내려는데



우주가 꺼졌네 그 유명한 네이버 웹툰처럼.


나의 입 나의 손 내 영혼의 불꽃 스 마 트 폰


추위와 노령 혹사에 그만 배터리가 나가셨네


그러나... 이제야 진정한 보물찾기 시작한다네



10대시절 너무나 재밌었던 대항해시대 게임처럼


진정한 모험은 사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네


보물지도 없이 찾아낸 보물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보물로 소중히 여기고 아낄 수 있다네




그시절 즐겼던 게임처럼 사실 현실의 모험가들도


그저 아프리카 대륙에 보물 상아가 있다더라


카노라는 내륙마을 남쪽 어딘가에 있다더라


뜬소문에 온몸을 던져서 보물찾기의 낭만을 찾아.




아무 표식도 길잡이도 없이 그저 대륙을 헤맸듯이


나도 그저 폰도 없이 편의점을 더 헤매 본다네.


그리고 어쩌면 보물을 찾아버렸네


삶을 반짝거리게 하는 보물 이상의 보물을.



못보던 까만 빛깔의 길냥이가 나를 보고 손흔드네


멀리 가버리라는 듯 냥냥펀치를 내지르네


웃으며 손가락 뻗어보다가 그저 또 웃고마네


삶에는 지루해지지 않는 보물도 있는건 아닐까.




가지 않던 길 홍대상가 어색한 지하로 허둥대다


한동안 못보던 양 하나를 마주쳐보네


메 메 울어대는 녀석의 자태엔 포근함이 있네


마음이 풀어지고 아픈 다리도 풀어내리네.




겨울에 양들도 추울텐데도 이렇게 거리를 둔다네


허지만 결코 둘이 멀어보이지는 않는 이 거리


사람도 다르지 않을거라네 비극적으로 비슷한


비슷하게 비극적인 우리들의 겨울이 온다네.




뜨뜻한 사골국수 한 사발 보물상자를 들이켰네.


오늘의 보물찾기가 끝났네 수확이 푸짐했었네


사실 글쓰기도 인생도 그러 진짜 모험놀이라고


삶이라는 보물이 또 우리를 기다려줄거라 믿어보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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