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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Nov 22. 2020

재미 불감증에 시달릴땐 어릴적 보물찾기 게임을

스피노자-욕망은 다른 욕망으로만 극복된다...


 질린다. 삶에 질린다.  삶의 낙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뭘 해도 별로 재미가 없는 시기가 있다. 나같은 천상 겜돌이 게임에서조차 더이상 아무 재미를 못 느끼는 시. 재밌자고 하는 게임인데 암만해도 재미는 안 느껴지고 그저 근로하듯이 같은 근로의 반복. 같은 게임을 매일 하면 나타날수밖에 없는 지루함.



 내가 올해 1월부터 해온 넥슨의 온라인게임 클로저스. 속칭 고인물 석유가 된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클로저스가 아니라 근로저스라고 부른다. 이 게임도 던파나 메이플같이 흔한 한국의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같은 던전을 근로하듯이 성실하게 돌아야 언젠가 스펙업을 하고 강해져서 최상위 던전에 갈수 있다. 허나 그 강해진다는 뿌듯함과 재미도 한계가 있다. 천만이라는 이 게임 나름의 고인물 인증 끝장 전투력에 한번 도달해보니 이제 정말로 의욕이 상실된다. 이렇게 권태기에 빠진 와중에 나의 심리를 알아챈건지 우연히 유투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김실장이라는 분이 한 말씀이 떠올랐다.


https://youtu.be/ffH3BVaMRHo



 이분의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요약하자면 렇다. 어릴적엔 그냥 자기 동네 뒷산에 가는것만 해도 신선하고 두근거리는 하나의 재밌는 모험이었다. 그리고 나나 김실장같은 겜돌이들은 게임에서 그런 새로운 발견의 재미를 느끼며 깊숙히 빠져들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지 비슷한 경험에 점차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하던 사냥을 또 하고 갔던 탐험을 또 가면서 계속 재밌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키울만큼 키운 자신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애정을 느끼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투자한 시간과 돈 등의 매몰비용 때문에 재미없어진 게임을 그만두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노잼 게임을 또 계속아니면 아에 접느냐 라는 양자택일의 함정에 굳이 빠질 필요는 없다. 사실 컴퓨터게임이란 현실의 놀이를 모방하고 재창조한 것이니까, 하던 게임을 잠시 쉬고 어릴적 누구나 해보았던 보물찾기라는 놀이를 다시금 해보면 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유희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 아니던가. 나이를 먹어도 다들 길거리에서 숨은 길냥이를 찾아본다던가 세잎클로버의 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놀이는 한번쯤 해보지 않았는가. 정말로 있을까 없을까 미리 알수 없기에 더 재밌는 그런 소풍날의 보물찾기같은 놀이.


 

 원피스 만화에 나오는 해적들처럼 어딘가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가는 모험이야말로 사실 원초적인 놀이의 원형인 법.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 마침 친구 또는 웬수 한명이 적절한 보물찾기 퀘스트 꺼리도 던져주었다. 요새 새로 출시된 핫하다는 국산 맥주-곰맥주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정도야 너무 쉬운 일이지 에이 맥주 정도야 집앞에 몇 군데 뒤지면 당연히 찾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어라... 어디선가 허니버터의 향기가...

 



 편의점에 하나 하나 들를 때마다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 뽑기나 룰렛을 돌리는 것처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홍대 편의점들을 하나 하나 뒤졌건만... 놀랍게도 내가 찾는 그 곰맥주만 뿅 하고 비어있다. 그리고 바로 이럴때 쓸데없는 게이머의 근성 또는 남자의 쫀심이 불타기 시작한다. 이제 단순히 집 근처 아는 편의점만 들르는 것이 아니라 검색과 지도 앱으로 정보를 탈탈 털어보기 시작한다... 허나 무려 10개째의 편의점을 뒤져보는데도 그 맥주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하고... 나는 이 의외성에 더욱 오기가 솟아오르고 간만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계속...


Feat. 스피노자.


욕망은 다른 욕망에 의해서만 극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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