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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Feb 07. 2021

간사했던, 너무나 간사했던 날 몸과 맘의 산책

겨울의 밤이 끝나간다면 어디로 누워볼까


엎드렸다 거북이 등딱지보다 낮고 딱딱하게

겨우겨우 지붕도 침대도 없는 한 달을 비켜나간다





단지 숙였을 뿐인데 힘들면 누구나 고개를

그런데도 위장이 쓰리다 우유조차 넘기기 어려운




언니냥의 온기를 느끼려 숨어있는 구석으로 가지만

왠지 오늘은 언니마저 나와는 고강도 거리두기를.




그 숨막히는 답답함에 따스한 카페를 떠나본다

길거리에 또 혹시 날 반겨주는 온기도 있을까





눈빛부터 얼음송곳보다 날카로운 너

또 어딜 가야하나 난 공원이라는 미로를 방황하고





누군가가 돌봐주는지 스카프를 한 치즈냥은

내 손길보다는 차가운 나뭇가지에 몸을 비빈다






오늘은 정말로 날이 아닌가 누구도 내 편이 아닌가

울컥이는 속을 삭이며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저번달 내내 못본 천사들이 나를 지긋이 흘려본다

살짝 아주 살짝이 한 걸음 발을 천천히 꼼지락




나에게 등을 돌리지만 나를 거부하지는 않는 듯

발이 충분히 닿은뒤에 이제 손을 뻗어본다





방금 겨우 십분전에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 근심도 걱정도 없는 나.




간사하고 너무나 간사했던 나의 몸과 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홍대의 수호신냥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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