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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pr 14. 2024

체르노빌의 주요 관광객은 커플?-도서관 보물찾기

311 일본 작가들은 왜 체르노빌로 갔을까


바다와 신대륙을 탐험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고, 태양계와 은하수 너머를 모험하기엔 너무 일찍 태어난 인간들이 바로 우리 세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내 귓가에 맴돈다. 실제로 오대륙과 육대양은 이미 20세기에 탐험이 끝났고 지구에서 우리가 모험할 만한 곳은 수천미터 바다 밑이나 맨틀 아래 정도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무슨 16세기 대항해시대처럼 '모험' 이라는 말이 아직도 빛바래지 않은 미지의 장소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아직 남아 있다면? 굉장히 위험해보이면서도 이전 세대의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기에 소년만화의 주인공같은 용기와 호기심이 끓어오르는 공간이 아직도 있다면? 아즈마 히로키 외 많은 일본 작가들이 함께 다녀온 구 소련의 체르노빌은 바로 그런 꿈같은 모험의 공간에 아직도 적합한 곳이 아닐까 싶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이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등 한국에도 적지않은 책이 번역되어 알려진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 솔직히 내가 그의 다른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면 체르노빌같은 어두운 소재의 책을 굳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의 포스트모던을 주로 다루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아즈마가 체르노빌이라는 너무나 리얼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소재를 관광이라는 방식으로 다룬 모순적이고도 흥미로운 방식에 나는 바로 책을 집어들었고, 역시나 두시간 내내 책에 빠져들면서 이번주 도서관 보물찾기도 성공적이었다며 자축했다.




폴 비릴리오라는 철학자의 말에 따르면 기술의 발명은 곧 사고의 발명이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이 우리의 인간관계와 사고방식 자체를 지난 10년간 적지않게 바꾸었다는걸 생각하면 체르노빌의 원자력기술과 불행한 사고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고에서 발생하는 어둠의 관광이라는 유연한 발상의 사고도.


물론 체르노빌은 일반적인 관광지와는 다르기에 미리미리 15일전에 우크라이나에 입국을 신청하고 사전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마치 일반적인 이미지로는 원자력 사고로 죽음의 땅과 동의어로 들리는 체르노빌은 의외로 유럽에선 2011년부터 일반 관광객이 매년 10만명을 넘으며, 특히 젊은 유럽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마도 마치 조금 위험해보이는 유원지의 롤러코스터를 커플이 같이 타면서 두근두근하는 흔들다리 효과같은 걸 기대하는 게 아닐까. 2012 폴란드-우크라이나 유로 축구대회로 더욱 널리 알려진 개방된 체르노빌같은 관광지는 다크 투어리즘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쟁, 재해와 같은 인류의 아픈 족적을 더듬어 죽은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지역의 슬픔을 공유한다는 새로운 관광이 바로 다크 투어리즘.

2차 대전 전쟁지역이나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있었던 911 그라운드 제로, 일본의 원폭을 맞은 히로시마 나카사키 지역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통해 슬픔을 공유하고 지역 사람들 또한 치유의 힘을 얻는다는 것. 언뜻 들으면 무슨 말일까 싶다가도 누군가가 내 가족의 장례식에 멀리서 와줘서 하루동안 같이 있어준다면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되리라는 상상을 해보면 그것만큼 치유가 되는 행위가 드물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이 책의 아즈마를 비롯한 일본 작가들은 2011년 311 후쿠시마 관동대지진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이 아니던가. 너의 이름은 이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주요 소재인 바로 그 311 대지진...




 미디어에 유포된 이미지와는 달리 체르노빌에도 사람과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며 일부 방사능 집중 누출지역인 스팟을 제외하면 원자력 시설 내부조차도 사실 비행기를 탈 때의 방사능보다도 방사능 수치가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이 살고 있으며 심지어 체르노빌 발전시설은 지금도 우크라이나 각지에 전기를 보내는 교류시설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 지금도 매일 수천명이 출근하고 있다...


그 순간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체르노빌이 아니더라도


지금 여기 한국에서의 다크 투어리즘을 떠올린 사람은 아주 많을 것만 같다





바로 이틀 뒤... 어느새 416 십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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