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08. 2019
자작시-성냥팔이 소녀의 여름모꼬지
5년전 기억의 파편 더듬기
성냥팔이 소녀의 여름모꼬지
-그대의 눈 속에서만 피는 시 / 이상하 140615
성냥 몇 개비로는 겨울은 녹아줄 리가 없었어요
소녀의 치마자락 수십가닥 꿰멘 틈 서리마저도
ㅡ마지막으로, 따뜻하게 눈감아 보고 싶어요
성탄절 마굿간 문을 열고, 누덕진 치마주름에 마지막 성냥불을 화악 피어나
사방의 따스한 열기에 온몸이 노곤한데, 또다른 온기가 손끝에 닿아ㅡ
마굿간지기 소년의 손잡은 소녀ㅡ하얀 말 고삐를 소근히 쥐고서
순결한 설원처럼 하이얀 나래갈기 휘날리며 바다를 향해
흩날리는 소녀의 깜장치마마냥 두근거리는 소년의 가슴
여름해님보다 따뜻하고
희나리타듯 훨훨 이글거리는 삶의 온기를
크리스마스날 홀로 마굿간을 지키다 화들짝 그 온기를 쥐어버린 소년
주인으로서 첫 여정의 고삐를 함께 쥐어요ㅡ스스로 사슬을 스스럼없이
떠나요 남쪽 빛의 바다로
떠나요 눈보라향 아득해질 해변너머로
빈 성냥갑 두 손모아 던지며 소원을 함께 빌 미리내 아라로
모꼬지 : 소풍
나래 : 날개
희나리 : 마른장작
미리내 아라 : 은하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