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08. 2019

자작시-성냥팔이 소녀의 여름모꼬지

5년전 기억의 파편 더듬기

 성냥팔이 소녀의 여름모꼬지 

-그대의 눈 속에서만 피는 시         / 이상하 140615


성냥 몇 개비로는 겨울은 녹아줄 리가 없었어요

소녀의 치마자락 수십가닥 꿰멘 틈 서리마저도

ㅡ마지막으로, 따뜻하게 눈감아 보고 싶어요

성탄절 마굿간 문을 열고, 누덕진 치마주름에 마지막 성냥불을 화악 피어나

사방의 따스한 열기에 온몸이 노곤한데, 또다른 온기가 손끝에 닿아ㅡ


마굿간지기 소년의 손잡은 소녀ㅡ하얀 말 고삐를 소근히 쥐고서

순결한 설원처럼 하이얀 나래갈기 휘날리며 바다를 향해

흩날리는 소녀의 깜장치마마냥 두근거리는 소년의 가슴

여름해님보다 따뜻하고

희나리타듯 훨훨 이글거리는 삶의 온기를

크리스마스날 홀로 마굿간을 지키다 화들짝 그 온기를 쥐어버린 소년

주인으로서 첫 여정의 고삐를 함께 쥐어요ㅡ스스로 사슬을 스스럼없이

떠나요 남쪽 빛의 바다로

떠나요 눈보라향 아득해질 해변너머로

빈 성냥갑 두 손모아 던지며 소원을 함께 빌 미리내 아라로









모꼬지 : 소풍 

나래 : 날개

희나리 : 마른장작

미리내 아라 : 은하수 바다

작가의 이전글 축구의 오심에 대한 정치철학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