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으신 날선 바람의 신은 기계를 타고 내려오시나

습작중. 시 또는 에세이

  낡으신 날선 바람의 신께서는 기계를 타고 내려오시나

            -홍대동 반백수 조커 190513 습작중

 신을 한번도 믿은적 없는 사람도 때때로 신을 갈구하지요 물놀이하다 쑥 발밑이 없어지고 코와 눈동자로 처음 물을 먹어볼때 또 아리송 시험에서 찍은 문제가 아리아리 아리랑치기라도 맞추길 기도할 때 그리고 에어컨이 뭔지 이름도 모르던 시절에...  아스팔트에 계란 후라이 부쳐먹는다던 더위에서 달아나 동네슈퍼 더위사냥  오백원으로 위풍당당 손에 쥐고 찬물에 등목하고서 플라스틱 버튼 하나 딸 깍

 그러니까 학생 여러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요 요 개념은 중요해요 기말고사에 꼭 낼거니까 다들 외워두세요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고 드라마에 난데없이 기계를 타고 신이 내려와서 난잡해진 스토리를 꼴리는대로 아아 정정합니다 지멋대로 편한대로 정리해버리면 드라마틱한 긴장이 읽는 맛이 떨어진다 이거에요 이천년 전부터 아리 할배도 비판한 거에요 호호 그러니까 내 강의를 들은 여러분은 이런 저급한 삼류 신파극 말고 수백 수천년 인류의 지혜와 감동을 담은 고전 작품들을...

 기말고사도 끝나고 억지로 들었던 계절학기 고전의 이해 개론 기말고사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뒤통수 덕분에 더더욱 기억이 나도록 노린걸까 아니면 단지 지천명의 치매였을까 교수가 그 노잼 그리스어 고전을 예로 들게 아니라 내 어린시절의 기계신을 예로 들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주일만에 천만명이 눈물까지 흘리며 엔드게임을 즐기는 시대에 지금은 겨우내 때묻은 먼지와 봄내내 미세먼지까지 잔뜩 낀 낡은 날선 신께서는 처연히 누워계시다 때때로 아니 사실 한 season이 끝을 맺으면

   누구나 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