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09. 2019
기생충의 송강호는 벤야민의 곱추난쟁이?스포일러 에세이1
희망은 과거에서 올 수 있을까?
기생충의 송강호는 벤야민의 곱추난쟁이?-기생충 스포일러 에세이 1. 190609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 아닌 문화의 기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중에서
봉준호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라고 극찬을 받는다. 허나 그 봉준호의 연출과 스토리텔링에도 맥락이 있지 않을까? 혹시 그 맥락 또는 참조 텍스트가 벤야민은 아닐까? 기생충을 보고 나서 나는 벤야민이 계속 떠올라 잠들었다가도 악몽같이 깨어나곤 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 지하실에서 귀신을 본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 다송이처럼.
영화 기생충의 원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어릴적 미술시간에 한번씩은 다들 해본적이 있는 그것. 물감을 종이에 뿌리고 양쪽을 겹치게 접으면 마치 쌍둥이처럼 대칭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데칼코마니라는 가제에서 패러사이트. 기생충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실로 봉준호의 탁월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데칼코마니는 그저 단순히 양쪽을 복사할 뿐이지만 기생충은 항상 자신이 기생할 숙주를 필요로 하며,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어버린다.그런데 여기서 상황이 묘하다. 기우네 가족들은 박사장네 가족에 취업해서 숙주에게서 기생하여 돈을 받지만, 동시에 박사장네 가족은 숙주로서 아랫사람들을 기생충처럼, 냄새나는 혐오의 대상으로 대하지만 그 기생충이 없으면 집안일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운전해줄 사람이 없어서 피곤해지며 아들과 딸의 교육도 사실상 위임한다. 누가 숙주이고 누가 기생충인지.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인지 모호해진다.
기우네 가족은 주인들이 집을 비운사이 심지어 자기들끼리 술파티를 벌인다허나 그들 기우 가족은 양주 중에서도 시바스리갈같은 싸구려 양주를 마시고, 개가 먹는 육포를 안주로 먹다가 뱉기도 한다. 계급적 차이가 문화적 차이로도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반지하 가족 밑에 지하실 가족으로 인해 파국이 시작된다. 그리고 박사장 가족은 수해를 입은 기우네 가족을 불러서 인디언 가족처럼 분장을 시키고 다송이의 생일파티를 시중들게 한다. 이 인디언 복장은 사모님의 말씀대로 미제인데, 여기서 기생충 내의 알레고리들, 블랙코미디적 우화가 절정에 달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인도인, 인디언이 아니며, 미국을 세운 침략자에 의해 명명된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인디언은 사라졌고 그 후손은 일종의 놀이문화로서 농락당한다. 이 글의 처음에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모든 문화의 기록은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