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중이라 독서도 자꾸 일본 관련 책들로 손이 간다.일본 역사와 미술사에 대해서도 하나씩 알아보다가 재미있는 보물을 또 하나 찾았다. 우리는 누구나 유혹에 약하니까
흔히 우키요에는 춘화, 즉 야한 성인용 그림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 비하면 일본의 성 문화가 남녀혼욕 등 개방적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19금 우키요에 그림이 많고 잘 알려져 있는 것도 진실이지만, 이 책은 그런 자극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조금 더 역사적으로 깊이 일본 미술사를 파헤친다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서양에 항구를 열고 메이지 유신으로 급격하게 근대화, 서양화에 성공한 일본. 이 급격하고 압축적인 근대화는 미술을 비롯한 일본 예술에도 굉장한 영향력을 주었다. 하지만 니체가 네가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도 너를 바라본다고 남긴 명언처럼, 우키요에 또한 서양 미술계에 큰 파장을 던진다
위의 파도 그림은 우키요에라는 말은 몰라도 지나가다 광고에 쓰이는 그림 등으로 한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굉장한 인지도를 가진 그림이다.서양식 화풍에는 전혀 없던 이런 그림에 유럽의 미술가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이에 영향받은 수많은 이들은 이것을 자포니즘이라 명명하며 그 영향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전세계인들이 다 아는 고흐같은 화가도 이런 우키요에 그림들에 충격을 받고 한때 일본을 예술의 이상향으로 여기기도 했다니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 뒤로 또 시대가 변하고 막부 하에 대량생산하던 우키요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시들해졌지만, 워낙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고 전 세계에 무역으로 뿌려졌기에 지금도 새로운 그림들이 계속 발견된다고 한다. 어쩌면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전세계를 휩쓴 일본 소프트파워의 저력은 우키요에 시절부터의 전통과 장인정신에 근거한 걸지도?
Ps.그 압도적이던 일본 만화와 애니 산업의 매출이 한국의 웹툰 산업 매출에 뒤처지게 된 지 몇년 되었다는 재미있는 뉴스를 얼마 전 보았다.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별세와 프린세스 메이커와 에반게리온을 만든 가이낙스의 최종 파산 선고는 막강했던 20세기 일본 소프트파워의 하락세 또는 장례식을 상징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