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작지근 한 젓가락의 추억
짜장 승상의 출사표 / 20250608 이상하
신 폐하께 아뢰옵니다
수많은 중식 황제들께서 한때 대업을 일으켰으나
아직 반도의 남쪽조차 평정못하고 붕어하셨습니다
새천년을 지나 지금 반도는 한 중 양 셋으로 나뉘었고 신흥강자 일식당도 무시무시하게 군세를 확장하니 지금 중식 황가의 존망이 위태롭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래 폐하를 모시던 맛집들이 여전히 오늘 아침도 양파를 썰고 다듬으며
수십 년째 불 앞에서 춘장을 볶는 정오를 멈추지 못함은 그들이 과거에 선제에게 입은 감동적인 첫 짜장면의 은덕을 잊지 못하며 이를 각골난망하여 갚고자 하는 마음이옵니다
어리석은 신의 생각으로는
요즘들어 중식당들은 다들 망해도 싸다는 그런 말
자파개티보다 돈이 아깝다는 무서운 비평들
전자광장에 흘러넘치는 소인배들의 폄하 보다는
지방 영주나 주민에게 직접 물어서 가보신다면
폐하께서 몸소 행차하시어 단 오 분만 기다리시면
신 짜장 공명은 선제께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북쪽 끝까지 이 못난 재주로 정벌의 길에 오르려니
양파를 볶다가 매워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전하께선 부디 옥체를 보전하옵소서
열 살 적 달짝지근한
그 운동회날 첫 짜장면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