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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어떻게든 볶는다는 소소한 행복의 시

밥과 시를 마시는 도서관의 발 없는 새 4


월요일은 다들 의욕이 나지 않는 날 이지만


오늘도 그저 인간이 해야만 할 일을 해보자


밥을 챙겨먹고 내 몸뚱이를 먹여살리는 그 일



흔히 과거는 지나가고 미래는 남아있다고 하지만


박찬일 시인은 그런 통념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1990 소련도 무너지고 세기말이 가까워질 때


미래가 이미 지나가고 과거만 남아버린 자신


마치 21세기 만화나 영화의 주요 소재인 좀비.


죽었지만 걸어다니는 시체인 언데드도 살고 싶다


뭔가를 '보는' 관점은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지만


Undead 살아있지 않은 좀비가 자기도 무언가 볼 수 있다 자기도 관점이 있노라 주장한다


죽었지만 난 살아있다 외치기 위해서 죽은 자들이 남긴 기록들인 책을 불사른다


그리고 자기는 살아있으니 다른 산 자를 만나기 위해 세수도 하고 면도도 해본다 자기같이 죽었지만 살아있는 가장 좋은 과거를 만나기 위해서 진짜로 살아있기 위해서


그러니까 그건 마치 볶음밥 같은





오늘 점심의 부대볶음이라는 메뉴는 이건 맛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하기도 애매한 맛


그래 그러니까 그건 마치 Undead 좀비같은 음식


그치만 모든 한식의 최종해결책


위대한 최종병기 볶음밥은 오늘도 우리를 구원한다


좀비처럼 그저 살아있는 시체가 아니라


난 살아있노라 당당히 외치는 달달 매콤한 볶음맛


시보다도 시적인 그 오묘한 맛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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